NXT에 주도권 내준 KRX...뒤늦은 ‘밤 8시’ 경쟁, 시스템 신뢰도 시험대
올해 NXT 일평균 거래대금 25.94조원...KRX 독점구조 흔들 NXT 12시간 거래·낮은 수수료 선점...KRX, 애프터마켓으로 뒤늦게 맞불 올해 시세 지연·ETF 거래중단 등 전산 잡음...운영시간 확대에 시스템 안정성 부담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넥스트레이드(NXT)에 빼앗긴 거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애프터마켓을 가동한다.
NXT 출범 이후 거래대금의 30% 이상이 대체거래소로 이동하면서 50년 넘게 이어진 KRX 독점체제가 빠르게 흔들리는 가운데, 뒤늦게 같은 시간대 경쟁에 뛰어든 KRX가 시장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거래시간 확대 일정이 한 차례 미뤄진 데다 올해 들어 시세 지연과 매매거래 정지 등 전산 문제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단순한 '밤 8시 개장'보다 안정적인 시장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기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던 시간외 단일가 시장은 폐지하고 정규장과 유사한 연속매매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KRX에서도 오후 8시까지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은 NXT 출범 이후 빠르게 약화된 KRX의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응 성격이 짙다.
올해 NXT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5조9400억원으로 KRX와 NXT 전체 거래대금의 약 36%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체 주식 거래대금의 3분의 1 이상이 NXT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거래일에는 NXT의 거래대금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출범 1년여 만에 KRX와 실질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NXT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체계를 먼저 구축한 데 이어 KRX보다 낮은 거래 수수료와 중간가호가, 스톱지정가호가 등 차별화된 주문방식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넓혔다. 이 과정에서 정규장 외 거래 수요를 먼저 흡수하면서 KRX보다 한발 앞서 투자자 이용 기반을 확보했다.
이에 KRX도 애프터마켓을 열고 같은 시간대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1년 넘게 장외시간대 거래를 운영해 온 NXT를 뒤쫓는 구도가 됐다.
후발주자인 KRX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거래 종목 수다. NXT가 일부 종목만 거래하는 것과 달리 KRX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종목 대부분을 애프터마켓 거래 대상으로 포함했다. 그동안 NXT에서 거래할 수 없었던 중소형주까지 저녁 시간대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일부 유동성을 끌어올 여지도 있다.
다만 거래 가능 시간에서는 여전히 NXT가 앞선다. NXT는 오전 프리마켓과 오후 애프터마켓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반면 KRX는 이번에 애프터마켓부터 먼저 개장한다.
당초 KRX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함께 도입해 NXT와 같은 12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권사 시스템 개발과 시장 인프라 테스트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초 예정됐던 6월 말 도입 일정은 9월로 미뤄졌다. 이후 프리마켓 도입은 다시 연기됐다.
결국 NXT가 먼저 12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KRX가 뒤늦게 저녁 시장부터 따라붙는 형태가 된 셈이다.
후발주자인 KRX로서는 거래시간 확대만큼 안정적인 시장 운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과제다. 올해 들어 시세 지연과 매매거래 정지 등 전산 관련 문제가 잇따른 상황에서 운영시간까지 늘어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검증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 3월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KRX 파생상품 시세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며칠 뒤에는 'KODEX WTI원유선물(H)' ETF의 매매체결 지연으로 호가 접수와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거래소는 각각 회선 처리 지연과 단일가 매매 과정의 데이터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
시장 확대에 따른 수급과 유동성 관리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정규장 종료 이후 거래가 KRX와 NXT로 분산될 경우 일부 종목에서는 호가가 얇아지고 체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가 많지 않은 중소형주의 경우 거래시간 확대가 곧바로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초기 거래대금과 호가 형성 수준이 애프터마켓 안착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급 변화에 따른 가격급변을 방지하기 위해 정규장과 동일하게 변동성완화장치를 적용한다"며 "애프터마켓 전용 시장조성제도를 운영해 유동성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애프터마켓 운영 동향에 따라 기초자산의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이 검증된 이후 ETF·ETN의 애프터마켓 거래 시기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