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약기금, 11월부터 채무조정 본격화…2.3조 소각 넘어 상환능력 심사

개정 신용정보법으로 상환능력 심사…캠코, 11월 중 대상자 판별 지금까지 소각은 '심사 생략' 대상…소액·고령 채무자에 집중 채무액 1000만원 미만 69%, 소각 대상 90%가 50대 이상

2026-09-14     강신후 기자

[녹색경제신문 = 강신후 기자]

지난해

장기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재기를 돕기 위해 출범한 새도약기금이 본격적인 채무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달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련 행정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캠코는 오는 11월부터 채무조정 또는 채무면제(소각) 대상자를 판별할 예정이다.

새도약기금은 그동안 상환능력 심사가 필요 없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권을 소각해왔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조2583억원 규모의 채권이 소각됐지만, 상환능력을 따져 원금 감면이나 분할상환 등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채무조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해 상환 여력이 없으면 채무를 소각하고, 일부 상환 여력이 있으면 원금 감면이나 분할상환 등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심사에 필요한 소득·재산 정보를 채무자 동의 없이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개정 신용정보법이 지난달에야 마련되면서, 그 전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연금수급자·보훈대상자 등 심사 자체를 생략할 수 있는 취약계층에 한해서만 채권 소각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차 1조1305억원, 올해 3월 2차 6286억원, 6월 3차 4992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2조2583억원 규모의 채권이 소각됐다. 법 시행 전까지 이뤄진 소각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연금수급자·보훈대상자 등 심사 생략 대상이었다.

다만 실제 채무조정이 완료되기까지는 대상자 판별 이후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캠코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은 통상 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에 따라 11월에 대상자 판별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채무조정 완료 시점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채무를 소각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화됐다. 캠코 관계자는 “상환능력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의 개인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기록 등 추가 자료를 검토한다. 이를 종합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별될 경우 채무를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새도약기금이 단순히 장기연체 채권을 일괄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환능력이 있는 채무자와 없는 채무자를 구분해 채무조정 또는 소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세 차례 소각의 수혜자를 들여다보면 고령층과 소액채무자에 쏠려 있다. 채무액 기준으로는 1000만원 미만 소액채무자가 18만6000명으로 전체 소각 대상 26만9000명의 69%를 차지했다. 이어 1000만~2000만원 4만4000명, 2000만~3000만원 2만1000명, 3000만~4000만원 1만1000명, 4000만원 이상은 7000명에 그쳤다.

연령별로도 고령층 쏠림이 뚜렷했다. 60대가 10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7만2000명, 70대 이상 6만5000명 순으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약 90%인 24만2000명을 차지했다. 반면 30대는 3000명에 그쳤고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5만5000명, 서울 4만6000명, 인천 1만7000명 등 수도권이 11만8000명으로 전체의 44%였다.

새도약기금이 지금까지 매입한 장기연체채권은 총 11조7378억원, 채무자 기준으로는 95만7000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 소각된 금액은 2조2583억원으로, 매입액 대비 소각액 비율은 약 19.3%다.

소각률은 지난 5월 21.3%에서 7월 19.3%로 낮아졌다. 다만 소각액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 사이 소각액은 1조7591억원에서 2조2583억원으로 약 5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입액이 8조2503억원에서 11조7000억원 수준으로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매입액 대비 소각액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지금까지의 소각은 심사 생략 대상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향후 상환능력 심사가 본격화되면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캠코 관계자는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새롭게 소각될 채권 규모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심사를 위한 행정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로, 실제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별되는 채무자의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11월부터 시작될 상환능력 판별 결과다. 지금까지의 2조2583억원 소각이 취약계층 등 심사 생략 대상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소득과 재산 등을 토대로 채무자별 상환능력을 따져 채무조정과 소각이 이뤄지게 된다.

특히 새도약기금이 법원의 개인파산에 준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심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채무자가 소각 대상자로 분류되고 상환능력이 있는 채무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원금 감면과 분할상환이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새도약기금이 매입한 장기연체채권은 11조7378억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실제 채무조정과 소각 규모가 당초 정책 취지에 맞게 얼마나 이뤄질지가 새도약기금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