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마케팅] 일런 머스크의 반항기 자녀와 패션 광고의 만남

- 안티 AI 메시지 —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불신, 또는 테크 억만장자 아버지를 향한 반항 -아버지와 자녀 간 미디어 플랫폼 이용한 경쟁・견제

2026-09-16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스페인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데시구알(Desigual)이 일런 머스크의 딸 비비안 윌슨을 모델로 내세운 파격적 2026년 추동시즌 패션 광고 캠페인을 인스타그램에 론칭해 화재를 모으고 있다.

AI와

9월 8일(화요일=미국 서부 시간 기준) 비비안 윌슨이 주인공 모델로 등장한 이 SNS 광고 캠페인은 최근 새로 결성된 ‚PSG‘ 3인조 영상 감독팀 — 폴 로페즈(Paul López), 쇼다 유키히로(Shoda ‚Sho‘ Yukihiro), 제라르도 델 이에로(Gerardo del Hierro) —이 지휘한 첫 데뷔 연출작이다. 

‚반항하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Disobey)‘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2026년 추동 데지구알 패션 캠페인  영상은 비비안이 동일 구절의 슬로건이 가슴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DESI84’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데시구알’이라고 발음해보라며 말을 가르치고 애완견처럼 로봇을 이끌며 산책 훈력을 시켜보지만 매번 실패한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인간 대(對) AI 로봇 간의 기능적 부조화와 좌절감이 여실히 표현돼 있다.

PSG 감독팀은 성전환 모델・사회운동가・SNS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올해 22살 난 비비안 윌슨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끼칠 수 있는 역기능과 악영향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최선책은 ‚테크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테크계의 일부가 되기 저항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비안 윌슨(Vivian Jenna Wilson)은 테슬라와 X의 소유주인 억만장자 일런 머스크(Elon Musk)가 그의 첫 결혼 상대인 저스틴 머스크(Justine Musk, 결혼 전 성 윌슨(Wilson))와의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자녀 중 한 명이다. 비비안은 본래 생물학적으로 남자로 태어났지만, 16살 되던 2020년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임을 커밍아웃하고 태어날 때의 성별이 자신이 실제 느끼는 성(性)정체성과 다르다고 밝혔다. 

아버지 일런 머스크는 지금도 비비안을 원래 이름인 자비어(Xavier)로 부르며 딸의 성전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자녀가 사회문화적 고립이 최고조에 달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진보세력의 영향을 받아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깨시민(WOKE)‘ 진보 정치가 자녀의 성 정체성 혼란을 유도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비비안 윌슨은 이번 ‚반항하기 위해 태어났다‘ 캠페인에서 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록(Grok) AI 챗봇, 스페이스X 우주 사업,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세계 최고 억만장자 갑부인 아버지를 은근히 꼬집어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캠페인을 최근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머스크 관련 4시간 분량의 신작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머스크(Musk)⟫(알렉스 기브니(Alex Gibney) 감독) 에 담긴 메시지에 한 술 더 떠서, 머스크의 가족사와 사생활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를 재조명하는 미디어 자료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데시구알 패션 캠페인은 머스크 가정의 아버지와 맏자녀 간의 가정내 갈등을 이용해 SNS 광고 마케팅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항하기

캠페인 영상 속에서 비비안이 카렐 차페크(Carel Čapek)가 쓴 1920년작 공상과학 희곡 ⟪R.U.R.⟫의 한 구절을 낭송하는 장면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향한 강한 비비안 개인의 강한 회의감이 특히 잘 표현됐다고 PSG 감독팀은 평가했다. 인스타그램 영상 속에 등장한 DESI84 휴머노이드는 로봇 복장을 착용한 인간 배우가 연기했다.

비비안은 18세 생일 이후 모친의 결혼 전 성씨(윌슨)로 개명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한 채, 현재  미국 트랜스젠터 공동체를 위한 권익운동가로 활동한다. 2025년 ⟪틴 보그⟫지 표지 모델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특히 온라인 미디어 매체에서 패션과 정치사회 이슈를 접목해 목소리를 내는 모델, 인플루언서 겸 미디어 스타로서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개척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패션 브랜드 데시구알은 40여 년 전인 1984년 바르셀로나의 중세기  빈곤 유흥가인 엘 라발(El Raval) 구역에서 중고 청바지 조각을 쪽모이 깁기해 만든 누비 청재킷을 팔던 스위스 태생 남성 토마스 마이어(Thomas Meyer)의 작은 의류 공방에서 출발해, 오늘날 전 세계 107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들쑥날쑥한‘, ‚색다른’이라는 뜻의 브랜드명 데시구알이 시사하듯, 이 브랜드는 당시 스페인 패션 전통과는 매우 다른 파격성과 자유분방함을 대표함과 동시에, 21세기 현재 주목받는 자원 재활용・순환경제 원리를 내세운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DNA로서 추구한다.

과연 일런 머스크의 소원해진 자녀 비비안 윌슨을 내세운 이번 ‚안티 AI‘ 메시지 광고 캠페인은 데시구알만을 위한 기획인인가, 아니면 현대판 가부장 일런 머스크 가문의 다섯 아내와 그 사이에서 낳은  열네 명의 자녀들 사이에서 벌어질 형제간 경쟁의 서곡(序曲)인가? 이번 캠페인 론칭 직후 일런 머스크는 아무런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