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달러 사상 최대인데…외화예탁금 이용료 0~2% '천차만별'
외화예수금 19조원 돌파…사상 최대 한투 이용료 0%…미래·메리츠·키움 소액 구간 최고 2% 원화보다 덜 정교한 외화 산정체계…최근 격차 축소 추세 금감원, 미래·메리츠·토스·신한 산정체계 잇단 지적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해외주식 투자 확대로 증권사 외화예수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고객에게 지급되는 외화예탁금 이용료율은 0~2%로 증권사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도 이용료율 산정 근거와 비용 반영 방식의 미흡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외화예탁금 이용대가 산정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달러 맡겨도 0~2%…원화보다 낮거나 아예 안 주기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의 올해 상반기 외화예수금 기말잔액은 19조1855억원으로 관련 규정 도입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화예수금은 해외주식·펀드 투자나 파생상품 거래 등을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달러·엔화 등의 외화 투자자예탁금을 말한다.
외화자금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달러 예탁금에 지급되는 이용료율은 증권사별로 연 0~2%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외화예탁금에 대해 통화와 금액에 관계없이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원화 예탁금에는 연 0.40%(50만원 미만 0.10%)를 지급하는 것과 대비된다. 신한투자증권도 원화 예탁금에는 전 구간 연 0.70%를 적용하지만 달러 예탁금은 0.40%다. 삼성증권의 달러 예탁금 이용료율은 0.32%다.
일부 증권사는 소액 달러 예탁금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료율을 적용한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1000달러 이하에 연 2.00%를 지급한다. 다만 1000달러 초과분에는 각각 0.60%, 0.80%, 0.45%가 적용된다.
하나증권은 700달러 이하 1.50%, 초과분 0.50%를 지급한다. KB증권과 대신증권은 1000달러 이하에 각각 1.00%, 초과분에는 0.56%, 0.50%를 적용한다. NH투자증권은 1000달러 이하 0.80%, 초과분은 0.40%다.
소액 구간에서는 외화 이용료율이 원화보다 높은 증권사도 있지만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원화와 비슷하거나 낮아지는 곳이 많다. 같은 달러를 맡기더라도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받는 이용료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 같은 격차에는 원화와 외화 예탁금의 운용 구조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원화예탁금은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되고 증권사는 여기서 발생한 운용수익을 배분받는다. 반면 외화예탁금은 일부만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되고 나머지는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운용돼 증권사마다 운용 방식과 수익·비용 구조가 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화예탁금은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돼 운용수익을 배분받는 구조여서 이용료율 산정 규정도 촘촘한 편"이라며 "외화는 일부만 증권금융에 예치되고 나머지는 은행 등 다른 기관을 통해 운용돼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외화예탁금 관련 수익과 비용을 산정하는 관행도 원화만큼 정교하지 않았던 점이 요율 격차의 원인 중 하나"라며 "증권사별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원화와 외화 이용료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산정체계 잇단 지적…커지는 외화자금에 뒤늦은 정비
실제 최근 금감원 검사에서도 외화예탁금 이용료율 산정·관리 과정의 미흡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외화예탁금 이용료율을 산정하면서 브랜드사용료 등 예탁금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비용까지 반영한 점을 지적받았다. 관련성이 낮은 비용까지 원가에 포함할 경우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용료가 낮아질 수 있다.
토스증권은 외화예탁금 운용수익에서 관련 비용을 차감해 산출한 수준보다 실제 이용료율을 낮게 책정하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구체적인 업무원가 산출기준과 지급주기 등을 내규에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받았다.
검사 결과가 공개될 당시 해당 증권사들은 관련 사항을 이미 개선한 상태다. 다만 이번 지적을 통해 해외주식 시장과 외화예수금 규모가 빠르게 성장한 것에 비해 외화예탁금 이용대가를 산정·지급하는 체계의 정비는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환율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는 외화 규모까지 커지면서 외화예탁금 이용료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