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잘 굴려도 ‘상관계수 0.7’에 발목...제도개선 목소리 커진다

HANARO 글로벌피지컬AI·미국S&P500액티브,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 나란히 기준치 밑돌아 비교지수 웃도는 성과에도 상관계수 관리 부담…올해 액티브 ETF 5종 상폐 상관계수 미달 공시 609건…금융위 ‘완전 액티브 ETF’ 도입 추진에도 현행 규제 지속

2026-09-11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 자율성을 제한하는 ‘상관계수 0.7’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비교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더라도 지수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로 상장폐지 위험에 놓이는 상품이 잇따르면서다. 액티브 ETF 시장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운용사에는 비교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 따라가도록 요구하는 현행 제도가 상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와 HANARO 미국S&P500액티브,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 등이 액티브 ETF 상관계수 기준인 0.7을 밑돌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의 상관계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0.68을 기록했다. HANARO 미국S&P500액티브도 지난달 31일 0.68로 기준치를 하회했다.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는 지난달 19일 기준 0.62를 기록했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액티브 ETF는 ETF 순자산가치(NAV)의 일간 변동률과 비교지수 일간 변동률 간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상장 후 1년이 지난 ETF의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태로 3개월간 계속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패시브 ETF에는 이보다 높은 0.9 이상의 상관계수가 요구된다.

상관계수 규제는 ETF가 당초 제시한 비교지수나 운용전략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것을 막아 상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액티브 ETF 시장이 커지면서 비교지수 대비 초과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에도 획일적인 지수 연동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상관계수가 낮다는 것이 반드시 운용 성과 부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초과수익 자체가 상관계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지수와 다른 종목을 고르거나 종목별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ETF와 비교지수의 움직임이 달라져 상관계수가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는 지난 9일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이 128.00%로 비교지수 수익률 36.11%를 91.89%포인트 웃돌았다. 최근 1년 수익률 역시 66.41%로 비교지수 6.22%보다 60.20%포인트 높았다. 그럼에도 비교지수와 포트폴리오 내 종목 및 비중 차이가 벌어지면서 상관계수 기준을 밑돌고 있다.

지난달 4일 상장한 HANARO 미국S&P500액티브도 비슷하다. 지난 9일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은 1.81%로 비교지수 수익률 -4.30%를 6.11%포인트 웃돌았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3.97%로 비교지수(-6.10%) 대비 2.12%포인트 초과성과를 기록했다.

다만 HANARO 미국S&P500액티브는 상장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당장 상관계수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대상은 아니다.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0.7을 밑도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를 피하고 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 28일 상장돼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상관계수는 0.62에 그쳤지만 상장 후 1년 미만 ETF를 제외하는 예외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유예기간 이후에도 미달이 계속되면 상장 유지 부담이 본격화할 수 있다.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는 상관계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비교지수 외 종목의 편입 비중을 0%로 낮추고 비교지수와 유사한 글로벌 ETF를 적극 편입하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관계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기존 액티브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비교지수와 유사한 종목을 담거나 종목별 비중 차이를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시장 상황이나 기업 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액티브 ETF가 상장 유지를 위해 다시 비교지수에 가까워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상관계수 미달이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진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 ETF는 상관계수가 0.7을 밑도는 상태가 3개월간 이어지면서 상장폐지됐다. 당시 상품은 비교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상관계수 기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TDF2030액티브 적격, ACE TDF2050액티브 적격, ACE TDF장기자산배분액티브,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등 4종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불과 두 달 사이 상관계수 미달로 상장폐지된 액티브 ETF만 5종이다.

상관계수 기준 미달 공시도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올해 액티브 ETF 상관계수 기준 미달 공시는 60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64건과 비교하면 9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미달 공시가 나온 상품도 지난해 2종에서 올해 18종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일부 운용사의 특정 상품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액티브 ETF 시장 전반에서 상관계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현행 지수연동 규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ETF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수연동 요건이 없는 ‘완전 액티브 ETF’를 도입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에 따라 0.9 이상은 패시브 ETF, 0.7~0.9는 액티브 ETF로 구분된다. 액티브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 비교지수를 따라야 하는 ‘부분 액티브’ 구조인 셈이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9월 현재 완전 액티브 ETF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현행 상관계수 규제 아래에서 미달 공시와 상장폐지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ETF가 당초 제시한 투자전략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을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이를 상관계수 하나로 판단하는 현행 방식은 손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운용전략과 포트폴리오 변경 내역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면서 운용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액티브 ETF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비교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 따라가도록 하는 현행 규제가 공존하는 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관계수를 맞추기 위해 비교지수와 유사한 종목이나 ETF의 비중을 늘리면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액티브 ETF 시장을 키우려면 투자자 보호 장치를 유지하면서도 운용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