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중복상장 금지안…HD현대로보틱스엔 '숨통' · 베어로보틱스엔 '변수'

민주당 중복상장 제한법 발의…자회사 IPO 모회사 주주동의 의무화 HD현대로보틱스 '3%룰' 벗어나…베어로보틱스는 주주동의 새 족쇄

2026-09-11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여당이 중복상장 규제를 법제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대기업 로봇 자회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회사 상장에 모회사 주주 동의와 공모주 우선배정을 의무화해 전반적인 상장 문턱은 높아지지만 기업별로 미치는 영향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HD현대에서 물적분할된 HD현대로보틱스는 현행 가이드라인의 '3%룰' 대신 일반적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게 돼 주주 동의 부담이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LG전자가 인수한 베어로보틱스는 현행 제도에서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M&A(인수합병) 자회사도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자회사 상장에 앞서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물적분할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자회사와 저비중 자회사 등으로 주주 동의 대상을 확대했다.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에서는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중복상장의 경우 주주 동의를 일률적으로 의무화하지 않는다.

중복상장을 허용하는 객관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종속회사 매출이 모회사 전체 매출의 25% 미만이고 모회사와 자회사를 겸직하는 임원의 비율이 3분의 1 미만이어야 한다. 자회사 공모주식의 50% 이상을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거나 할인 배정하도록 하는 주주 보상책도 포함됐다.

물적분할 HD현대로보틱스, 주주동의 부담 경감될까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HD현대로보틱스는 현행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오히려 주주 동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의 로봇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HD현대가 현재 지분 81.8%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IPO를 추진해왔지만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상장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가 최근 새 가이드라인에 맞춰 IPO를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거래소 가이드라인에서 HD현대로보틱스의 가장 높은 문턱은 모회사인 HD현대 일반주주의 동의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HD현대는 현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7.2%에 달하지만 HD현대로보틱스 상장에 대한 주주 동의를 받을 때는 영향력이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일반주주 설득 여부가 IPO의 핵심 변수로 꼽혀왔다.

반면 안 의원 개정안은 자회사 상장을 기업의 성장전략과 자금조달에 관한 경영상 판단으로 보고 3% 의결권 제한 대신 일반적인 주총 특별결의를 적용하도록 했다.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된다.

HD현대처럼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현행 3%룰보다 특별결의 방식이 상장안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역설적으로 HD현대로보틱스에는 주주 동의라는 최대 난관을 일부 낮춰주는 셈이다.

개정안이 제시한 '매출 25%' 기준도 HD현대로보틱스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로보틱스는 HD현대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조선·정유 등 그룹 주력사업과 로봇사업의 성격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베어로보틱스는 반대…'M&A 자회사' 이점 줄어

LG전자의 로봇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에는 개정안이 도리어 IPO의 허들이 될 공산이 높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로봇 스타트업으로 LG전자가 2024년 지분 투자를 시작한 뒤 이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LG전자는 현재 베어로보틱스 지분 56.9%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같은 M&A 자회사가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 동의가 필수지만 일반 중복상장은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거래소 심사를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외부 기업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된 기업은 물적분할 기업과 달리 일반주주 동의가 일률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구분을 없앴다. 물적분할 여부와 관계없이 자회사 상장 전반에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베어로보틱스도 LG전자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부결의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최근 베어로보틱스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착수한 만큼 변수는 더욱 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어로보틱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LG전자 측은 이번 자금조달은 재원 확보 차원이고 프리IPO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필수적이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도 공식적으로 나스닥 상장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베어로보틱스 역시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개정안의 25% 기준을 충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전체 연결 매출에서 베어로보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독립기업으로 출발한 뒤 LG전자에 인수된 만큼 사업과 경영의 독립성을 입증하는 데도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LG전자가 기존 상업용 로봇사업을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형식적으로는 외부 기업 인수지만 LG전자 내부 로봇사업이 베어로보틱스로 이전된 만큼 향후 상장 과정에서 사업 독립성과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베어로보틱스는 해외 상장을 검토하고 있어 추가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주총 특별결의와 모회사 주주 대상 공모주 우선·할인배정 의무가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 IPO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