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내부통제 구멍 숭숭?...영장 받고도 금융사고 몰랐다

경찰 영장 접수 일주일 뒤 금감원 확인 요청에 사고 파악 164억8900만원 관련 대출 두 차례 점검에도 '특이사항 없음' 당국 보고 2주 뒤 내준 19억원도 전액 사고 금액에 반영 사고액 182억2100만원으로 확대...국회 제출 자료에도 오류

2026-09-09     이준성 기자
[사진=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IBK기업은행이 부동산 대출사기의 구체적인 혐의가 담긴 경찰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도 금융사고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확인 요청 이후에야 사고를 인지한 데다 당국에 보고한 뒤에도 19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다. 두 차례 자체 점검에서도 문제 대출을 가려내지 못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기업은행의 사고 감지·대응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9월 24일 수사 협조 의뢰와 함께 기업은행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다.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명의상 수분양자를 내세워 허위 분양계약서와 계약금 납부자료 등으로 9억6500만원을 대출받았다는 사기 혐의가 담겼다.

기업은행은 이튿날인 9월 25일 영장을 접수했으나 금융사고로 인지하지 못했다. 일주일 뒤인 10월 2일 금감원이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이후에야 경찰의 수사 협조 의뢰와 영장 접수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에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금융사고를 처음 보고한 날은 같은 달 10일이었다.

두 번째 영장도 내부 전달이 늦어졌다. 지난해 12월 10일 접수된 압수수색 영장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17일에야 본부로 전달됐다.

사고를 파악한 뒤 진행한 자체 점검도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기업은행 검사부는 관련 대출 164억8900만원의 여신심사와 담보 평가, 제출 서류, 자금 흐름 등을 두 차례 살펴봤으나 모두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을 냈다.

점검 대상에는 한 건물의 여러 호실을 담보로 각기 다른 차주에게 대출한 사례가 포함됐다. 제3자의 자금이 유입되거나 일부 차주와 관계기업·실질 지배자 사이의 연계 정황이 확인된 대출도 있었지만 자체 검사에서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했다.

금융사고 보고 이후 추가로 취급한 대출에서도 사기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첫 보고로부터 2주 뒤인 지난해 10월 24일 경기 남양주의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시설자금 19억원을 대출했다.

이 대출은 본부의 담보 승인과 여신심사·승인을 거쳤지만 이후 같은 경찰 수사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연체가 발생하면서 대출금 19억원 전액이 사고 관련 금액에 반영됐다.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확인된 사고액도 늘어났다. 최초 보고 당시에는 1개 차주에 대한 대출 1건, 9억6500만원이었으나 올해 6월 47억8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관련 차주가 추가로 특정되면서 지난달에는 182억2100만원까지 확대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전체 대출 실행액은 12개 차주에 대한 14건, 244억6000만원이다. 이 중 외부 매각 등으로 62억3900만원을 회수했으며 미회수 잔액은 182억2100만원이다. 대손충당금은 10억9800만원을 적립했고 최종 손실 예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오류가 확인됐다. 기업은행이 신 의원실에 낸 금융사고 관련 자료에는 작성 중이던 파일이 포함됐으며 다른 차주의 대출 심사 내용이 섞이거나 관계기업 연결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도 있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비식별화 작업 중 작성 중인 파일이 잘못 포함됐고 나머지는 편집 오류나 단순 오탈자였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명의상 수분양자와 허위 서류를 동원해 대출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른바 '작업 대출' 사건의 일부다. 같은 유형의 금융사고는 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총 136건, 1091억1000만원 규모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의 사고액이 182억21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 173억4000만원, 우리은행 98억7000만원, KB국민은행 35억8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 의원은 "사고 인지 후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고 대출을 또 해주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