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다시 뛰는데…마트·식품·외식업계 원가 ‘빨간불’ 켜지나?
국제유가 브렌트유 98달러 육박…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 유가 상승, 포장재·물류비 등 거쳐 식품업계 원가 압박 외식업계도 식재료·인건비 등 비용 부담 속 긴장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다시 근접하면서 식품·유통·외식업계의 원가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상승이 곧바로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포장재와 물류비, 수입 원재료 비용 등을 통해 제조·유통 원가를 밀어올릴 수 있어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긴장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7.9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95% 상승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3.03달러로 1.69%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에서도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식품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유가가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포장과 물류 비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 필름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업체의 경우 선박 연료비와 운송비, 보험료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이미 식품업계는 원·부자재와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조정해왔다. 지난 7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물류비 등 복합적인 비용 상승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번 유가 상승이 곧바로 마트의 식품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식품기업들은 원재료를 선구매하거나 일정 기간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국제유가 변동이 실제 제조원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가 경계하는 것은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다.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 등 여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현재 소비자물가가 모든 식품 분야에서 일제히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 하락했고 농산물은 6.7% 내렸다. 기상과 작황, 출하량 등 개별 품목의 수급 여건이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제유가와 장바구니 물가를 단순하게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외식업계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외식업 비용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로 가장 높고 인건비가 29.4%, 임차료가 8.7%를 차지한다. 이미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식재료와 물류비까지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국제유가의 하루 등락보다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과 운송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유통업계로서는 당장 가격을 올리기보다 원재료 계약과 재고, 물류비 변화를 지켜보며 비용 상승분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포장재와 물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제품 가격은 원재료 계약과 재고, 환율, 판매량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유가 상승만으로 가격 인상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