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3% 뛴 반도체 ETF...7월 급락 딛고 다시 수익률 주도
1개월 ETF 수익률 상위권 반도체 싹쓸이…대형주 넘어 전공정·소부장까지 확산 7월 급락 이후 낙폭과대 매수세 유입…8월 반도체 수출 467억달러 ‘역대 최대’ HBM4 양산·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D램 공급 부족 전망까지 겹호재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7월 급락 충격을 딛고 한 달 만에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주뿐만 아니라 전공정 장비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주가 반등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ETF 전반의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8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쓴 데 이어 HBM4 공급 확대와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속 기대가 맞물리면서 지난달까지 시장을 짓눌렀던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도 빠르게 후퇴하는 모습이다.
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ETF 시장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수익률 1위는 ‘KIWOOM K-반도체북미공급망’으로 33.04%를 기록했다. 이어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가 31.85%, ‘SOL 반도체전공정’이 30.56% 오르며 나란히 30%대 수익률을 나타냈다.
‘RISE AI반도체TOP10’도 28.12% 상승했고 ‘SOL AI반도체소부장’은 27.70%, ‘TIGER 반도체TOP10’은 26.31% 올랐다. ‘KODEX 반도체’와 ‘TIGER 반도체’ 역시 각각 26.18%, 26.01%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ACE AI반도체TOP3+’도 25% 안팎 상승했다. 사실상 최근 한 달 ETF 수익률 최상위권을 국내 반도체 상품이 독식한 셈이다.
반등의 폭도 대형 메모리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RISE AI반도체TOP10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ISC, 원익IPS, 한미반도체, 파두, 제주반도체, 피에스케이홀딩스 등을 고르게 편입하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삼성전자 비중은 14.18%, ISC 12.76%, SK하이닉스 11.89%, 원익IPS 10.91% 등이다.
지난 7월 급락 과정에서 낙폭이 컸던 장비·소부장주까지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ETF 반등 폭이 대형주 중심 상품보다 오히려 커진 경우도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ETF의 급반등은 7월 가파른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 성격도 강하다. 당시 중국 문샷AI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키미 K3’를 공개하자 AI 연산 효율 개선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7월 말에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주 투매가 이어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3거래일간 27.21% 급락했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낙폭도 18.50%에 달했다. 사상 최대 수준의 반도체 실적에도 AI 투자 고점 논란과 수급 불안이 실적을 압도했던 시기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우선 실물 지표가 반도체 업황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은 467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9%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확대 역시 주가 반등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 생산량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HBM4 수율과 품질이 이미 성숙 단계의 HBM3E와 근접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2분기에는 HBM4 공급을 확대하고 HBM4E 샘플 출하에도 나섰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HBM4 채택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의 실적 성장 기대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반도체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설비투자가 올해 전년 대비 98% 증가한 뒤 내년에도 5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가 CSP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7%에서 내년 68%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여건 역시 메모리 업체에 우호적이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용 수요 확대에 비해 공급 증가가 뒤처지면서 D램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도 전분기보다 13~1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AI 관련 신규 모멘텀까지 더해졌다. 지난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68%, 8.26% 급등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데다 새로운 AI 모델 등장으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입된 영향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하향 우려와 매크로 불확실성에 따른 AI 설비투자(Capex) 위축 가능성이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주가 상승을 제한해왔다”며 “그럼에도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것은 메모리 업황의 강한 사이클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보다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도 영업 부문뿐 아니라 주주환원 등 비영업 부문에서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