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뿐 아니었다…두나무 '몸값 반토막' 위기, 한화·삼성도 물렸다
5월 43만9252원에 산 지분, 석 달 만에 26만9000원…3개 그룹 평가손실 위기 총 2조2139억원 베팅, 하락률 38%대…업비트 점유율 69%→50%대가 발목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두나무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삼성 계열이 나란히 평가손실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각자 조 단위 자금을 들여 지분을 사들였지만, 넉 달 만에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40%가량 증발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5조1000억원, 주당 가치는 43만9252원으로 책정됐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두나무와 함께 K-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이 물꼬를 트자 다른 금융사들도 같은 밸류에이션으로 뒤따라 들어왔다. 한화투자증권은 5월 20일 두나무 주식 136만1050주(3.90%)를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5.94%에서 9.84%로 끌어올리며 3대 주주에 올랐다. 취득 단가는 주당 약 44만원 수준으로, 하나은행과 사실상 같은 가격이었다. 5월 28일에는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 3사가 두나무 지분 139만주(4%)를 6128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역시 주당 43만9252원으로 동일한 가격이었다. 세 금융사가 같은 시기에 같은 단가로 사들인 지분 규모를 합치면 총 2조213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후 두나무의 몸값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꺾였다는 점이다. 네이버페이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두나무 비상장 주식은 주당 26만9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9조4000억원으로, 세 금융사가 지분을 사들일 당시(15조1000억원)보다 약 38% 줄어든 수치다. 하락 배경으로는 두나무의 핵심 사업인 업비트의 국내 원화마켓 거래대금 점유율이 지난해 69%에서 최근 50%대로 낮아진 데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실적도 부진해진 점이 꼽힌다.
주당 가격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5월 당시 가격(43만9252원)과 지난달 말 가격(26만9000원)의 차이는 주당 약 17만원, 하락률로는 38.7%에 달한다. 이 가격을 그대로 대입하면 하나은행이 보유한 228만4000주의 장부가치는 약 6144억원으로 줄어들어 3800억원대의 평가손실 구간에 들어선 셈이 되고, 한화투자증권의 추가 취득분(5978억원 매입분)은 약 2300억원대, 삼성 계열 3사의 지분(6128억원 매입분)은 약 2400억원대의 평가손실 구간에 놓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개된 주당 가격을 단순 대입한 추정치이며, 각 사가 실제 회계상 어떤 방식으로 평가손익을 인식하는지는 개별 공시를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이런 몸값 하락만으로 세 금융사의 투자를 단순한 손실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두나무와 기와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지며, 단기적인 기업가치 변동보다 디지털자산과 금융을 결합한 미래 사업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략적 투자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K-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대 등을 위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계속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과 삼성 계열 역시 토큰증권(STO) 발행·유통과 디지털자산 결제 등 각사의 사업 확장 전략과 연계해 이번 지분 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두나무의 몸값이 다시 회복될 수 있느냐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을 오는 30일 완료할 예정이고, 이후 최대 7년 안에 통합법인 상장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세 금융사가 베팅한 2조2000억원대 지분이 실제 손실로 확정될지, 아니면 상장과 신사업 성과를 통해 밸류에이션을 회복할지는 앞으로의 두나무·업비트 실적과 규제 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40% 가까이 기업가치가 빠진 상황에서 수익성에 대한 부담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두나무가 업비트 중심의 기존 사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투자 금융사들도 당분간은 평가손익 변동을 감내하면서 중장기적인 사업 시너지와 회수 가능성을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