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 후순위 구조 손본다...금감원, 투자위험 공시 강화

해외 부동산·리츠 등 고위험 펀드 10종 핵심위험 표준안 도입 과거 손실률 20% 초과 상품 내역도 공개…운용사 책임 강화

2026-09-09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감독원이 해외 부동산펀드를 비롯한 고위험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후순위 투자 구조와 차입 위험을 투자자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 기재를 강화하고, 운용사의 과거 대규모 손실 사례도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9일 금융감독원은 주요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와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 부동산펀드 등 고위험 펀드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자산운용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최근 시행하거나 도입을 앞둔 투자자 보호 조치를 설명하고 업계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금감원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후순위 투자 구조다. 해외 부동산펀드와 리츠는 통상 해외 현지 금융기관이 선순위 대출을 제공하고 국내 투자자가 후순위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 경우 임대수익이 정상적으로 발생하더라도 부동산 감정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거나 선순위 대출기관이 담보권을 행사해 부동산을 강제 매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는 임대수익과 관계없이 투자금 일부 또는 전액을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해외 부동산 상품에서는 기초자산 부실과 후순위 투자 구조로 투자금 전액 손실 사례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위험이 투자자에게 보다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이달 30일부터 고위험 펀드의 증권신고서 작성 기준을 강화한다.

적용 대상은 해외 부동산·해외 리츠를 비롯해 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펀드(DLF), 레버리지·인버스, 커버드콜, 목표전환, 금현물, 해외 재간접 등 총 10종이다.

앞으로 해당 상품의 간이투자설명서 첫 페이지에는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투자위험 4개가 기재된다. 원본손실 위험 1개와 상품별 특수위험 3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원본손실 위험과 함께 펀드의 자금차입에 따른 위험, 배당금을 받지 못할 위험, 환율변동 위험 등이 주요 위험으로 제시된다.

특히 후순위 지분투자 방식의 부동산펀드는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현지 대출계약에 따라 선순위 대출채권자가 담보권을 행사해 투자금 일부 또는 전액이 손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운용사의 과거 손실 이력도 투자자에게 공개된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가 판매한 동종 상품 가운데 과거 손실률이 20%를 초과한 사례가 있을 경우 펀드명과 투자 지역·자산, 손실 발생일, 손실 규모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투자자가 해당 운용사의 과거 운용 성과와 위험관리 수준을 투자 판단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심사 단계에서도 고위험 상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올해 1월 자산운용감독국 내 특별심사팀을 신설한 데 이어 해외 부동산펀드 등에는 복수 심사 담당자를 지정하는 집중심사제를 도입했다.

특히 펀드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순위 대출채권자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할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중·후순위 투자 등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구조의 상품을 출시할 경우 설계·제조 단계부터 손실 가능성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투자자 우선 원칙’을 내재화할 것을 주문했다.

참석자들 역시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 관점에서 펀드의 주요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아울러 상품 설계·제조 단계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과거 대규모 손실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데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