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일자리 없고 마트는 사람 없다…유통업계 ‘인력 미스매치’
청년 취업문 좁아지는데 마트는 현장 인력 확보에 애먹어 채용공고 살펴보니 ‘월 6회 휴무’…청년 눈높이와 거리 온라인 전환에도 사람 필요한 오프라인…“일자리 조건부터 바꿔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청년층의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지역 마트 곳곳에서 계산·진열·상품관리 등 현장 인력을 구하는 채용공고가 나오고 있지만 지원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유통업체가 내놓는 일자리 사이에 간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5~29세 청년 취업자는 34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9만1000명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도 44.2%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 이후 27개월째 하락세다.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유통업 현장의 채용공고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최근 대형마트와 동네 대형마트 등에 게시된 구인공고에서는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찾는 사례가 확인된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코스트코 매장에서도 채용공고가 눈에 띄고, 지역 마트 역시 계산·진열 등 현장 인력을 구하고 있다.
문제는 근무조건이다. 일부 마트 채용공고에는 월 6회 휴무 조건이 제시돼 있다. 단순 계산하면 한 달에 쉬는 날이 주 1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영업하는 대형마트의 특성상 휴무일이 고정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조건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매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근무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청년 구직자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금 수준뿐 아니라 워라밸과 휴무일, 근무시간, 향후 경력 확장 가능성까지 따지는 청년층에게 매장 현장직은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유통업계의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기업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청년은 해당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는다. 일부 유통기업들의 경우 '청년 우대'라는 혜택까지 꺼내들었으나, 기업이 “채용공고를 냈다”고 해서 노동시장에 필요한 일자리가 자동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특히 유통업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매장 업무 역시 단순 판매에서 재고관리, 물류, 온라인 주문 대응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기본적인 인력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고 상품을 진열하고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결국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낮추면서도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청년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넉넉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신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근무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까지 무조건 선택하기에는 기회비용이 크다.
결국 문제는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의 일자리를 ‘일자리’로 볼 것인가에 가깝다.
유통업계가 현장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단순히 채용공고를 더 많이 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휴무와 근무시간을 비롯해 임금, 직무 전문성, 승진 및 경력 개발 경로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청년층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청년층 역시 유통업을 단순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물류·상품관리·온라인 운영 등 유통산업 전반으로 경력을 확장할 수 있는 직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유통 현장에서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과, 청년층이 취업할 곳이 없다는 말이 동시에 나오는 것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려면 청년층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근무조건과 경력 경로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