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일본 투자 곧 결론"
"한일 반도체는 경쟁 아닌 보완 관계" NTT·도쿄일렉트론과 협력 모색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했다. 글로벌 생산거점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을 포함한 투자 우선순위와 방식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8일 공개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투자 계획과 관련해 "AI붐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은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지역이나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한국 외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거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도 후보지로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장비 기업이 밀집해 있어 생산 생태계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최 회장 역시 한일 반도체 산업을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규정하며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의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을 주요 파트너로 언급했다.
이번 발언은 최 회장이 일본과의 경제·산업 협력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 회장은 일본과의 협력을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한일 경제공동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도 재차 강조했다. 보호주의와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되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를 키워야 협상력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 회장은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공동체의 우선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양국이 에너지 구매·비축·사용을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 낮추고, 장기적으로 전력망과 가스 파이프라인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융사 간 공동 펀드와 보험 상품, 헬스케어 등 민간 차원의 협력을 비롯해 AI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과 공동 투자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한일 갈등이 산업 협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를 두고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며 "서로 보복해봤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일 협력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이 중국과의 관계 구축에도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공급망과 시장을 확대해 성장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도 언급하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