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영끌' 가구, 금리 1%p 오르면 연체확률 0.81%p↑"…가족 간 부실 전이 위험도 2배

한은 경제연구원, 206만 가구 추적 '가구DB' 구축…개인 넘어 가구 단위 첫 분석 고차입 주택취득가구 71%가 중·고소득층인데 충격은 저소득층 수준 가구원 1명 연체 시 1년 내 다른 가구원 연체 확률 8.8%…기존 주택보유가구의 1.9배 DSR 46% 넘으면 소비 감소…부채 보유 가구 11.1%가 임계점 초과

2026-09-07     최정윤 기자
[사진=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집을 산 가구일수록 금리 인상의 타격을 크게 받고, 그 위험이 가구 구성원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낮지 않더라도 주택 구입 과정에서 빚을 크게 늘렸다면 저소득층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날 BOK 이슈노트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개인(차주) 단위에 머물렀던 기존 가계부채 분석을 가구 단위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은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206만 가구의 부채·자산·소득·지출을 매달 추적할 수 있는 패널 자료(가구DB)를 만들었다. 전체 가구 모집단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로, 배우자 등 다른 가구원의 재무 상황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분석의 초점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에 맞춰졌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난 상위 10% 가구로, 이른바 '영끌족'에 해당한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금리가 1%포인트(p) 오르면 이들 가구의 연체 확률은 0.81%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5년 말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실제 연체비율이 2.01%였던 점에 비춰보면 작지 않은 폭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들 가구의 소득 수준이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약 71%는 소득 3분위 이상의 중·고소득층이다. 그럼에도 금리 충격에 따른 연체 확률 상승폭은 저소득층인 소득 2분위 가구(0.83%p)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의 부담이 취약계층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구 안에서 위험이 옮겨가는 양상도 확인됐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에서 가구원 한 명이 연체하면 12개월 안에 다른 가구원도 연체에 빠질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보유가구(4.6%)의 1.9배에 달했다. 한 사람의 상환 실패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가구 전체의 신용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경향은 전체 가구로 범위를 넓혀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연체율은 1.1%였지만, 가구주가 연체 중인 가구에서 다른 가구원의 연체율(조건부 연체율)은 11.1%로 10배 수준이었다.

차입가구 전체로 보면 금리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연체자가 있는 가구의 비율은 3.35%에서 0.27%p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컸다. 소득 1분위와 2분위 가구는 금리 인상 전 연체비율이 각각 5.45%, 4.38%로 이미 평균을 웃돌았고, 금리가 0.25%p 오르면 12개월 뒤 각각 0.48%p, 0.40%p 추가로 상승했다.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 역시 4.47%에서 0.32%p 올라 다른 직업군보다 상승폭이 컸다.

빚 부담이 소비를 억누르는 지점도 드러났다. 한은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높아질수록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DSR이 46%를 넘어서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2025년 기준 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DSR 46% 초과 가구는 11.1%였다. 부채가 있는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에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비중은 2021년 이후 늘어나는 추세이며, 특히 소득 1분위 가구는 2021년 11.4%에서 2025년 14.5%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한은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과 가구원 간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저소득 가구의 높은 채무상환 부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