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켐바이오,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수출까지…동아시아 RPT 허브 구축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 최초 CDMO 구축 2027년 6월 착공·2029년 하반기 가동 목표

2026-09-07     민보영 기자
지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지오영 그룹 방사성의약품 자회사 듀켐바이오가 전북 정읍에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특화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구축한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부터 의약품 제조, 원료의약품 수출까지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생산·연구 거점을 마련해 정읍을 동아시아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듀켐바이오는 지난 4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전북특별자치도·정읍시와 343억원 규모의 'RPT 특화 CDMO 공장 및 R&D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이학수 정읍시장, 윤준병 국회의원, 유진혁 전북연구개발특구본부장, 듀켐바이오 김종우 부회장과 김상우 대표 등이 참석했다.

듀켐바이오는 정읍시 신정동 첨단산업지구에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한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이 CDMO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오영 그룹 편입 이후 단행하는 듀켐바이오의 최대 규모 시설 투자이기도 하다.

투자는 2단계로 진행된다. 다음달 토지매입계약을 체결한 후 2027년 6월 1단계 공사에 착수하면, 2030년 5월까지 약 136억원을 투입해 진단제·치료제 제조센터와 R&D센터, 제조소 1호기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2단계는 2031년부터 2032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약 207억원을 추가 투입해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센터와 원료의약품 제조센터, 제조소 2호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체 투자액 중 기계장비에 228억원, 건설에 103억원을 투입한다.

듀켐바이오는 유상증자 등 투자 재원 마련 없이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흐름 등 자기자본 약 193억원과 시설자금 차입 약 15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세제 혜택도 투자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정읍 첨단산업지구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있어 신규 사업장에 대한 소득세·법인세와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30년 가동 이후 첫 5년간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가 전액 면제되고, 이후 2년간은 50% 경감된다. 취득세는 전액 면제되며, 재산세 역시 최초 5년간 전액 면제한 뒤 이후 5년간 50% 경감한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도 신청할 수 있다. 설비투자액의 25%, 토지매입액의 28%가 지원 기준이다. 설비보조금 비율은 기본 12%에 기회발전특구 가산 8%포인트, 지역특성화업종 가산 5%포인트를 적용한 것이다.

2029년 이전 1단계 투자분 약 136억원에 적용할 경우 설비보조금 약 32억원과 입지보조금 약 2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지원 규모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며, 확정 보조금만큼 시설자금 차입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전북도와 정읍시는 인허가와 공장 준공, 상업 생산까지 행정·투자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듀켐바이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5극 3특 성장엔진 프로젝트'와 연계해 향후 5년간 약 160억원 규모의 국책 R&D 과제도 신청할 계획이다. 지역 기업 및 병원과 협업해 방사성의약품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읍을 생산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방사성의약품 관련 연구 인프라가 있다. 산업지구 인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위치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이를 활용한 비임상 연구,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평가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한국방사선진흥협회도 인근 권역에 있다.

김상우 듀켐바이오 대표는 "산업지구 인근 연구기관들과 후보물질의 비임상 시험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입지 선정의 주요 배경"이라며 "정읍을 RPT 산업 중심 도시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1단계 제조시설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사이클로트론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제조시설을 갖춘 제조소 1호기가 들어선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1000배치로, 듀켐바이오가 보유한 생산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착공 이후 2029년 3월 공장 등록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 적합판정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생산허가를 취득한 뒤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29년 하반기다.

R&D센터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을 비롯해 의약품 화학·제조·품질관리(CMC) 기술과 핵의학 영상 AI 기술 등을 연구한다. 듀켐바이오가 종합 연구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단계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센터는 치료용 알파·베타 방출 핵종의 생산·분리·정제를 위한 GMP 시설이다. 글로벌 동위원소 전문기업과의 협업 구조와 치료용 핵종 확보 계획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구축할 예정이다. 듀켐바이오는 올해 핵종을 확정하고 2027~2028년 연구용, 2028~2029년 임상용 핵종 공급계약 체결을 추진한다.

원료의약품 제조센터는 파킨슨병 진단제인 '18F-FP-CIT'의 원료물질인 전구체를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기지로 활용한다.

듀켐바이오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2건의 CDMO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랜티우스의 '18F-MK-6240'과 독일 라이프 몰레큘러 이미징(LMI)의 '18F-PI-2620'으로, 두 제품 모두 알츠하이머병의 타우 단백질을 영상화하는 PET 진단 물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 때문에 생산과 공급망의 효율성이 제품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진단제에 사용되는 일부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약 2시간에 불과해 생산 당일 의료기관에 공급해야 한다.

듀켐바이오는 정읍 생산시설을 통해 호남권 전역은 물론 충청권과 일부 경상권까지 당일 공급이 가능한 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호남권에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경상권의 칠곡경북대병원과 동아대병원 제조소에서 장거리 배송을 받아왔다.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 호남권 공급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고, 경상권 생산시설의 정비나 비상 상황 발생 시에는 보완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방사성의약품 사업에서는 동위원소 수급부터 GMP 생산, 품질관리, 배송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이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부터 CDMO, 원료의약품 수출까지 연결되는 공급망을 한 곳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시장 규모와 물류, 임상 인프라를 갖춘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주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며 "R&D센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 개발부터 허가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CDMO 역량을 확보해 정읍을 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방사성의약품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듀켐바이오는 2032년 2단계 투자가 완료되면 정읍 공장에서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