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세제개편, 증시 부양보다 체질 개선…자금 유입구조 변수”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이 국내 증시의 단기 상승 동력보다는 자금 유입 구조와 기업의 주주환원 행태를 바꾸는 중장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대신증권이 내놓은 세제개편안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날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이번 개편안은 잠재성장률 반등 지원과 민생·지방 지원,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 세제 합리화 및 납세편의 제고 등 네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2027~2031년 누적 세수효과는 3조443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산적금융 ISA 신설이다.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소득 전액을 비과세하고 총 납입한도를 2억원으로 설정했다. 청년층에는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하는 혜택도 부여한다.
특히 지난 1일 확정된 정부안에서는 생산적금융 ISA의 최대 계약기간 제한과 납입한도 이월 제한, 일몰 규정이 빠졌다. 청년형 ISA와 청년미래적금의 중복 가입도 허용되면서 당초 발표안보다 장기·적립식 투자 유인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주식 수급에 보다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개편안은 법인의 자기주식 처분손익을 비과세하고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는 일부 의제배당 과세를 적용하는 등 관련 과세체계를 자본거래 중심으로 일원화한다.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도록 한 상법 개정과 맞물릴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주식 수 감소’라는 주주환원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제도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를 위한 상속·증여세 평가방식 개편은 향후 국회 논의가 변수다. 당초 정부는 장기간 저PBR 상태에 있거나 상속·증여 직전 주가가 급락한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에 최소 30%의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 정부안에서는 제외했다. 대신증권은 향후 국회 논의에서 PBR 0.8배를 평가 하한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채택될 경우 약 1300개 저PBR 기업의 주주환원 유인을 높이는 ‘정책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개 분야에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를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지방에서 생산할 경우 최대 1.5배까지 우대한다. 다만 구체적인 적격 품목은 2027년 2월 시행령에서 확정될 예정이어서 종목별 수혜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가업상속공제 개편도 중장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제 한도는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되는 반면 업종과 경영기간, 심사 등의 요건은 강화된다. 대신증권은 승계 부담이 커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제3자 매각이나 인수합병(M&A) 유인이 확대되고, 상장사 최대주주의 주가 관리 인센티브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세제개편이 당장 코스피 방향을 좌우할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올해 증시 변동이 반도체 사이클과 외국인 수급, 금리와 투자심리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세제개편안 자체가 지수 수준을 움직인 흔적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ISA 전체 잔액 역시 약 70조원으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 수급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식 장기 보유와 배당, 자사주 소각에 유리한 구조가 강화되는 만큼 고배당주와 저PBR 지주·금융·소재주, 국내 주식형 ETF뿐 아니라 자금 유입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자산운용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생산세액공제 대상 제조업 역시 선별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국내 증시의 단기 방향을 결정하는 ‘촉매’라기보다 “국내 증시의 수급 기반과 밸류에이션 규율을 바꾸는 구조적 변수”로 평가했다.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주가 누르기 방지 기준과 생산적금융 ISA의 투자대상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