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품귀 프리미엄' 수혜…LTA 5배 된 현물가
HBM3E 현물가 2100달러, 계약가 대비 4~5배 시장 유통 물량 감소에 현물시장 가격 초급등세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 시장에서 장기공급계약(LTA) 가격과 현물가격 간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생산 물량이 고객사와의 계약으로 소진되면서 시장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제품의 희소성이 높아진 결과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3E 36GB 제품 현물가격은 2100달러(약 287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HBM3E의 LTA 가격으로 알려진 50만~70만원과 비교하면 현물가격이 4~5배 높은 수준이다.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요 공급업체의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이 이미 계약된 상태여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현물시장으로 몰린 탓이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공급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D램을 여러 장 적층한 뒤 TSV 공정과 패키징을 거쳐야 하는 데다 수율 안정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미 계약된 물량 외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이 부족해질수록 현물가격은 수급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물가격이 기존 계약가격보다 크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사는 기존 가격보다 높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향후 HBM4와 차세대 제품의 공급계약에서 현물시장 가격이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계약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의 격차가 커질수록 공급업체가 신규 계약가격을 높게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물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급등은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의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며 “HBM4부터는 공급 물량뿐 아니라 가격 조건을 놓고도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 간 협상력이 팽팽하게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물가격 상승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곧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체결된 LTA 가격은 계약 당시 조건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물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기존 계약 물량의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HBM4 전환 역시 변수다. 차세대 AI 가속기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탑재되는 HBM 용량이 늘고 있어 제품 세대가 바뀌어도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빅테크들의 자체 AI 가속기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제한된 HBM 생산능력을 둘러싼 고객사 간 경쟁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라인 증설과 수율 개선을 병행하며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등을 중심으로 HBM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2028년 하반기부터 HBM 양산 예정인 미국 인디애나 팹 공사도 시작했다.
다만 증설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기존 생산라인의 수율 개선과 제품 전환 등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시장 수요를 따라잡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현물가와 계약가의 괴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향후 HBM 공급계약에서도 가격을 고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며 “HBM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물량과 계약기간까지 공급업체가 주도적으로 협상할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