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19.6%였나"…OKX, 대주주 문턱 피해 설계된 지분으로 코인원 입성
20% 밑돈 지분율에 담긴 계산, 합의 이후에도 자금세탁 조직과 거래 지속 바이낸스는 3년 걸린 심사, OKX는 왜 무리 없이 통과했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OKX가 미국에서 5억달러가 넘는 제재를 받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코인원 이사회에 무리 없이 진입했다. 그 배경에는 처음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해가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지분 구조가 있었다.
지난달 12일 확인된 코인원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OKX 측 인사들은 지난 7월 24일 코인원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해 지난달 7일 등기를 마쳤다. 신규 기타비상무이사 3명이 선임되면서 코인원 이사회는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코인원에 총 16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눈에 띄는 대목은 두 회사가 확보한 지분율이다. 두 회사는 각각 19.6%씩을 취득했는데, 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인 20%를 근소하게 밑도는 수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영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다 보니 최대 수치가 20%였고, 두 투자자가 동시에 들어오는 구조라 동일한 지분율을 부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지분율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근소하게 밑돌면서, 강화될 규제를 비켜갔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개인 지분율을 20% 이내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은 법인이라 해도 최대 34%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OKX의 전력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OKX 운영법인 옥스 케이즈 핀테크(Aux Cayes FinTech)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무허가 송금사업을 운영한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고객에게 디지털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자금서비스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였다. 이 회사는 약 4억2100만달러를 몰수당하고 84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등 총 5억500만달러가 넘는 금전적 제재를 받았다. 미 연방 검찰은 당시 OKX가 지난 7년간 자금세탁방지(AML)·고객신원확인(KYC) 정책을 고의로 우회해왔다고 비판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직원이 미국 이용자에게 가짜 국적·신분증 정보를 입력하도록 지시하거나, VPN으로 접속 위치를 숨기는 방법을 안내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더 심각한 건 이 합의 이후의 행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여러 국가 취재진과 함께 진행한 국제협업 취재 결과에 따르면, OKX는 미 당국과의 합의 이후에도 5개월 동안 캄보디아 기반 자금세탁 조직 '후이원(Huione)'과 최소 2억2600만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크리스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OKX가 후이원 계열사 '신비개런티'로부터 송금받은 테더(USDT)는 9500만달러에 달했다. 국제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로스 델스턴 변호사는 "연방 정부가 특정 기관의 자금세탁·자금조달 위험성을 통보했는데도 그들과 거래를 계속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즉 OKX는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자금세탁 위험이 명백한 조직과의 거래를 이어갔다는 뜻이다.
이런 이력에도 OKX의 코인원 진입 과정은 순탄했다. 앞서 바이낸스가 2023년 2월 고팍스(스트리미)를 인수했을 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를 받기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당시 바이낸스 소속 법인과 경영진에 대한 미국 당국의 조치가 국내 임원 심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OKX는 20% 미만 지분이라는 설계 덕분에 이런 대주주 심사의 직접 대상에서 비켜났고, 이사회 등기까지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시점도 절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대주주·임원 심사를 한층 강화했는데, OKX는 이 새 기준이 시행되기 불과 8일 전 이사회 등기를 완료했다. 더구나 새 기준은 이미 대주주가 된 회사의 과거 행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대주주의 위법 사실만으로는 신고를 불수리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탓에 관련 요건이 새로 마련된 것으로, 지금까지는 이런 사안을 걸러낼 법적 장치 자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새로 생긴 규제도 이번 건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한편 코인원은 이번 투자 유치와 별개로 규제 리스크도 안고 있다. FIU는 코인원이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 고객확인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52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코인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상 영업은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OKX벤처스에 컴투스홀딩스까지 더해진 코인원은 '종합 금융 플랫폼'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지분율 설계부터 이사회 진입 시점까지, 규제 사각지대를 세밀하게 활용한 정황이 겹겹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막차 편입'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