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계좌 예산 2500억 묶였는데…지원 사각지대 된 ‘아이 키우는 맞벌이’

청년도약계좌 목표 미달에 국고 유보 반복 아이 없는 부부는 소득기준 완화…자녀 생기면 혜택 사실상 제자리 금융권 “나이보다 부양가족·주거비·가계부채 반영해야”

2026-09-01     한순구 기자
서울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청년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청년도약계좌 예산 가운데 2500억원 이상이 집행되지 못하고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실제 수요보다 가입 목표를 높게 잡은 결과다.

반면 결혼과 출산 이후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이 급증한 맞벌이 청년 가구는 연령과 소득 기준에 걸려 정책금융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줄어드는 청년 인구를 기준으로 대규모 가입자를 가정하기보다 부양가족과 실질적인 가계 부담을 반영하도록 청년 금융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6만명 예상했지만 첫해 가입 51만명

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청년도약계좌 예산 누적 유보액은 2543억7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청년도약계좌는 2023년 6월 출범 당시 첫해 신규 가입자 목표를 306만명으로 잡았지만 실제 가입자는 51만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23년 정부기여금 예산 3440억3700만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432억2200만원에 불과했고, 3008억1500만원이 다음 해로 넘어갔다.

가입 마지막 해인 2025년에도 가입 유지 인원 목표는 230만명이었지만 실제 유지 인원은 205만명에 머물렀다. 2025년 편성 예산 6562억8300만원 가운데 4019억1100만원만 집행되고 나머지 2543억7200만원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유보됐다.

정부가 올해 새로 내놓은 청년미래적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320만명 가입을 가정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1차 모집에서 최종적으로 계좌를 개설한 인원은 138만5000명이었다.

최초 신청자는 234만3000명이었지만 소득·가구 요건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154만7000명, 실제 가입자는 138만5000명으로 줄었다. 심사 단계에서 탈락한 79만6000명 가운데 16만5000명은 가구소득 기준을 넘었고, 21만1000명은 개인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9월 추가 모집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청년 자산형성 사업이 여러 부처에서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면서 가입 실적 편차가 발생하고, 유사 상품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도입·종료돼 정책 수요자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가입자 수 대신 실제 가입 유지 여부와 자산 형성 효과를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혼 페널티 줄였지만 아이 낳으면 완화 기준 사라져

청년미래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최대 50만원을 3년 동안 납입하면 정부가 납입액의 6% 또는 12%를 추가로 지원하는 상품이다.

정부기여금을 받는 일반형은 원칙적으로 개인 총급여가 60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여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결혼으로 부부 소득이 합산되면서 가입 대상에서 탈락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가입자와 배우자만으로 구성된 2인 가구는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250%까지 완화했다.

문제는 해당 완화 기준이 ‘부부로만 구성된 2인 가구’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나 3인 가구가 되면 다시 중위소득 200% 기준을 적용받는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은 2인 가구 월 419만9292원, 3인 가구 월 535만9036원이다. 이에 따라 아이가 없는 청년 부부는 월소득 약 1049만8000원까지 가입할 수 있지만, 자녀 1명이 있는 3인 가구 기준은 약 1071만8000원이다.

자녀가 생겨 부양가족이 한 명 늘었는데도 가입 가능한 소득 상한은 월 21만9842원, 연간 약 264만원 높아지는 데 그친다. 보육비와 주거비, 식비, 보험료 등 실제 양육비 부담은 가입 심사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제도는 결혼으로 인한 소득 합산 불이익은 일부 완화했지만, 출산 이후 증가하는 지출 부담은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정책 대상 연령과 실제 출산 시점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 2025년 첫째아 출산 당시 어머니의 평균 연령은 33.2세, 아버지는 35.4세였다. 첫 아이가 태어날 무렵 아버지는 이미 청년 금융상품의 연령 상한인 34세를 넘는 경우가 많고, 어머니도 가입 가능 연령 종료를 앞두게 된다.

 

자녀 있는 맞벌이 228만가구…“소득보다 처분가능소득 봐야”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는 이미 예외적인 계층이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 378만5000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228만7000가구로 60.4%를 차지했다. 특히 막내 자녀가 6세 이하인 맞벌이 가구만 75만7000가구에 달했다.

맞벌이 가구는 외형상 가구소득이 높아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지만, 자녀 돌봄과 주거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저축 여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미취학 자녀가 없는 가구보다 2시간8분 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청년 자산형성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단순히 나이와 세전소득만 볼 것이 아니라 부양가족 수와 주거비, 전세·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소득 산정 과정에서 양육비를 공제하거나 가구소득 기준을 추가로 완화하고, 출산 시점에 34세를 넘긴 부모에게는 일정 기간 연령 요건을 유예하는 방식이 거론될 수 있다.

청년 인구 자체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기존 방식의 예산 편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인구는 2022년 1061만명에서 2040년까지 339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청년층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가입자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계속되면 예산 미집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가입자 머릿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출산과 양육, 주거비 부담으로 자산 형성이 어려운 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축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맞벌이라는 이유로 가구소득이 높게 잡혀도 자녀 양육비와 주거대출 상환액을 제외하면 실제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은 가구가 상당하다”며 “나이와 총소득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부양가족과 처분가능소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