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자 '많이 팔수록 좋다' 옛말…발행어음 7사, 운용마진·유동성 관리 시험대
NH·KB 발행어음 잔액 감소…한투·미래도 증가폭 둔화 금리 상승에 조달비용 확대…적정 운용마진 확보 부담 선발사는 유동성 관리 방점·후발사는 외형 확대 지속 신평업계도 발행어음 확대 주시…"규모 커질수록 유동성 관리 부담"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발행어음의 조달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사업자가 7곳으로 늘어나며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어서다. 조달비용 상승으로 운용 마진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발행어음 잔액을 단순히 늘리기보다 조달금리를 웃도는 운용수익을 확보하고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NH·KB 잔액 감소…한투·미래도 증가폭 둔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가파르게 증가해온 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은 최근 들어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평균잔액은 지난해 말 8조3173억원에서 올해 1분기 9조2948억원으로 늘었지만 상반기에는 9조539억원으로 2409억원 감소했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10조9433억원에서 11조4573억원으로 증가한 뒤 상반기 11조32억원으로 4541억원 줄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1분기 이후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17조8485억원에서 1분기 20조9396억원으로 3조911억원 늘었지만 상반기에는 21조1403억원으로 200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도 8조1383억원에서 1분기 9조9758억원으로 1조8375억원 늘어난 뒤 상반기에는 10조2171억원으로 2413억원 증가했다.
최근 금리 환경은 발행어음 잔액을 빠르게 늘리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는 3%대 중후반까지 올라섰다.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권 수신금리 상승으로 발행어음 금리도 높아지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운용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발행어음 금리가 오르면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늘어난다. 연 3%로 1조원을 조달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단순 계산으로 300억원이지만 금리가 4%로 오르면 400억원으로 100억원 증가한다. 조달한 자금을 발행어음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는 자산에 운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운용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대형 발행어음 사업자 관계자는 "타사 및 은행의 고금리 상품 유치에 따라 일부 수신잔고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사는 아직 외형 확대…신평업계는 유동성 '주시'
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들은 아직 발행어음 규모를 키우고 있다. 키움증권의 평균잔액은 지난해 말 33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730억원, 상반기 1조816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나증권도 1분기 4367억원에서 상반기 6452억원으로 늘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발행어음 평균잔액이 1분기 1048억원에서 상반기 1892억원으로 늘었지만, 다른 후발주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키움증권은 연말 3조원 수신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과 운용자산 확보의 어려움은 존재하는 상황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발행어음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운용자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발행어음 규모 자체보다는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과 유동성 관리 부담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발행어음 규모가 약 170%로 가장 높고 KB증권은 140%, 미래에셋증권은 100%, NH투자증권은 90% 수준"이라며 "금리가 상승하면 조달비용과 기대수익률이 함께 높아지는 만큼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형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외에도 회사채 등 대체 조달수단을 갖추고 있어 발행어음 조달 여건이 악화된다고 해서 급격한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발행어음 규모가 커질수록 유동성 관리의 어려움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