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51조 몰렸다…5대 은행 정기예금 첫 1000조

요구불예금 줄고 3%대 정기예금 늘어 조달비용 부담↑ 늘어난 수신, 대출·유가증권 운용으로 연결할지가 하반기 변수

2026-08-31     박지안 기자
5대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상승과 함께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권 수신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정기예금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의 조달비용 부담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 늘어난 수신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하반기 수익성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1000조9647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984조9399억원보다 16조248억원 늘었으며, 6월 말과 비교하면 51조원가량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1일에도 1000조원을 웃돌았지만 월말 자금 이동과 만기 재예치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27일 다시 1000조원대로 올라섰다.

증시 대기자금, 예금으로 이동

은행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은 줄어드는 반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96조7090억원으로 6월 말보다 약 25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42조원가량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도 연 3.20~3.30% 수준까지 올라섰다.

반면 금리가 거의 붙지 않는 요구불예금은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27일 661조9826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9053억원 줄었고, 6월 말과 비교하면 58조원 이상 감소했다.

결국 수신 규모가 늘어난 만큼 조달비용 부담도 커져, 늘어난 예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하반기 수익성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NIM 개선세 이어질까

상반기까지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과 이자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평균 NIM은 1.62%로 전년 동기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74%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61%, 우리은행이 1.51%를 기록했다. 4대 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도 18조9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정기예금 증가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NIM은 대출 등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과 예금·은행채 등에 지급하는 이자비용의 차이로 결정된다. 정기예금에 지급하는 이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늘어난 자금을 충분한 수익을 내는 대출이나 유가증권으로 운용하지 못할 경우 NIM 개선세가 둔화될 수 있다.

늘어난 예금, 대출로 전환될까

늘어난 예금을 어디에 운용할지도 하반기 은행권의 중요한 변수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이고,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의 관리 목표와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여력도 약 30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877조7085억원에서 지난 27일 882조4730억원으로 4조764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조4586억원 증가해 기업대출 증가폭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 기업대출이 증가하면 은행이 위험에 대비해 확보해야 하는 자본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나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경우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보다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변화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뿐 아니라 정기예금 증가에 따른 조달비용과 차주 부실에 따른 대손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은행권의 수익성은 정기예금 1000조원이라는 수신 규모보다 늘어난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