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962억달러’도 금리에 밀렸다…월요일 삼전·하이닉스 3가지 신호
엔비디아 매출 106% 급증·3분기 1080억달러 전망 실적 발표 다음 날 8.7% 뛰었다가 금요일 4.6% 반락 필라델피아반도체 3.47%↓·SOXL 9.52%↓…마이크론은 0.27%↓ 워시 연준 의장 매파 발언에 달러·국채금리 상승…외국인 수급 변수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8% 넘게 오른 뒤 하루 만에 4%대 하락했다. AI 수요 둔화 우려는 약해졌지만 미국 금리 상승과 반도체주의 높은 평가가치가 월요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96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늘었고, 조정 주당순이익은 2.22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3분기 매출 전망으로 1080억달러를 제시했다.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은 전망에 포함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I 연산이 실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며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다년간 기술 협력도 발표했다.
엔비디아 8.7% 급등 뒤 4.6% 하락…실적보다 금리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다음 거래일인 27일 8.7% 급등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3% 오르며 AI 관련주가 동반 반등했다. 라레 아코너 이토로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엔비디아 실적이 AI 수요가 고갈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성장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자본과 비용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8일 뉴욕증시에서는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엔비디아는 4.57% 하락한 217.55달러에 마감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47%, 반도체 ETF인 SOXX는 3.20% 내렸다. 하루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SOXL은 9.52% 급락했다. 반면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0.27% 하락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AI 반도체 설계업체 마벨테크놀로지는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았음에도 10.3% 하락했다. 구글과의 맞춤형 AI 칩 사업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AI 관련 기업이라도 실제 매출 발생 시기와 투자비 회수 능력에 따라 주가가 달라지는 선별 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워시 “물가 2% 확신 없으면 더 할 일”…금리 인상 확률 57.5%
반도체주가 다시 밀린 배경에는 미국 금리 상승이 있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며, 기조적 물가가 충분한 속도로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연준에는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금융 여건도 전반적으로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지수는 3.3% 상승했다.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이 반영한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기존 약 35%에서 57.5%로 높아졌다. 달러인덱스도 0.59% 상승한 99.69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0.25%, 나스닥지수는 0.52%, 다우지수는 0.02% 하락했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S&P500이 0.49%, 나스닥이 0.85%, 다우가 0.53% 올라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준의 물가 대응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워시 의장의 연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돈은 ‘무차별 주식’보다 기술주 선별·채권으로
실제 글로벌 자금도 주식시장 전체를 추격하기보다 기술주와 채권을 선별하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한 주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223억3000만달러가 순유출돼 지난 3월 이후 최대 유출을 기록했다. 대형주 펀드에서는 247억3000만달러가 빠졌지만 기술주 펀드에는 18억1000만달러가 유입됐다. 미국 채권형 펀드에도 71억2000만달러가 들어와 19주 연속 순유입을 이어갔다.
이는 AI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가 중단됐다기보다 실적이 확인된 기업으로 자금이 좁혀지고,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한 채권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 불안에도 한 주간 하락했다. WTI는 배럴당 83.40달러, 브렌트유는 89.31달러에 마감했다. 호르무즈해협 운항 정상화를 위한 협상 가능성과 일부 원유 수송 회복이 가격을 낮췄다.
월요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AI 수요’와 ‘외국인 이탈’ 충돌
국내 증시는 엔비디아 실적 호재를 이미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28일 코스피는 1.79% 내린 6788.88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3.38% 하락한 25만7000원, SK하이닉스는 4.45% 내린 165만30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585억원, 기관은 2844억원을 순매도했다.
월요일 국내 반도체주의 첫 번째 변수는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코스피200 선물 수급이다. 워시 의장 발언으로 달러와 미국 단기금리가 오른 만큼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면 엔비디아의 호실적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두 번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차별화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리고 메모리 부품 공급 부족을 언급한 점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메모리 업황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AI 수요 확대뿐 아니라 자체 HBM 공급 확대와 고객사 인증 성과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세 번째는 레버리지 상품의 장중 변동성 확대 여부다.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 직후 8.7% 급등했다가 다음 날 4.6% 하락하고, SOXL이 하루 9.5% 떨어진 흐름은 레버리지 상품이 가격 방향을 처음 만들지는 않더라도 시장 움직임을 크게 증폭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AI 반도체 수요가 꺾였다”는 주장을 약화했다. 그러나 금요일 시장은 기업 실적이 좋아도 금리와 달러, 평가가치 부담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확인했다.
월요일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인 반등 기대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현물 매매, 코스피200 선물, 원·달러 환율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AI 수요는 살아 있지만, 높은 금리를 이길 만큼 실적이 강한 종목으로 자금이 좁혀지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