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13% 늘었는데 ROE는 8%대 '뚝'…반년 새 86조 불어난 보험사 '고무줄 자본

상반기 보험사 순이익 9조138억원 13.0%↑…총자본은 254.6조원으로 반년 새 86.1조원(51.1%) 급증 ROE 11.70→11.27→8.52% 2년 연속 하락…이익 증가 속도(+13%)보다 자본 증가 속도(+51%) 4배 가까이 빨라 본업 보험손익 2년 새 28.7% 감소…손보 반등엔 계리가정 변경 '환입 효과' 5대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반기 84.1% '6년 내 최고'…보험료 인상에도 악화 지속 보험업계 "수익 창출력 저하로 보긴 어려워…제도 개선 효과는 지켜봐야"

2026-08-28     최정윤 기자
[사진=금융감독원]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올해 상반기 보험회사들이 9조원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1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눈에 띄는 건 같은 기간 자본이 86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자본 대비 수익성은 상반기 기준 3년 내 최저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익이 늘어난 속도(+13%)보다 자본이 불어난 속도(+51%)가 4배 가까이 빨랐던 탓이다. 겉으로는 '역대급 실적'이지만, 늘어난 자본은 벌어서 쌓은 돈이 아니라 금리와 주가가 장부 위에 만들어준 숫자에 가깝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OE(자기자본이익률) 하락은 자본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 수익 창출력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같은 흐름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표한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 자료 6건을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확인된다.

금감원이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30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66억원(13.0%) 증가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손익이 아니라 자본에서 나왔다. 6월 말 보험회사 총자본은 25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68조5000억원) 대비 86조1000억원(51.1%)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말 132조5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자본이 1년 3개월 만에 약 1.9배로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돈의 출처다. 상반기 순이익은 9조원인데 자본은 86조원 늘었다. 나머지 77조원가량은 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 평가액이 줄고, 주가 상승으로 보유주식 평가이익이 커지면서 장부 위에 생겨난 숫자다. 불과 1년 전 같은 자료에서 금감원은 정반대로 "금리 하락 등에 따라 자기자본이 감소했다"며 재무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금리가 내리자 한 분기 만에 9조8000억원이 증발했던 자본이, 금리가 오르자 수십조원씩 다시 부풀어 오른 셈이다. 시장 변수에 따라 분기마다 수십조원이 오가는 '고무줄 자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불어난 자본은 주주에게 흘러가지도 못한다. 상당 부분이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에 묶여 있어 배당가능이익으로 잡히지 않아서다. '장부상 부자, 지갑은 그대로'인 셈이다.

자본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지표는 뒷걸음질쳤다.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52%로 전년 동기 대비 2.75%포인트 하락했다.

ROE는 회사가 보유한 자본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나누는 기준인 자본이 커지면 이익이 늘어도 지표는 낮아지는 구조다. 254조원의 자본을 굴려 반기에 9조원을 벌었다는 뜻으로, 100만원을 맡기고 반년에 3만5000원가량 버는 셈이다.

시계열로 보면 하락세는 뚜렷하다. 2024년 상반기 11.70%였던 ROE는 지난해 상반기 11.27%, 올해 8.52%로 2년 연속 하락하며 상반기 기준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폭은 생보사에서 두드러진다. 생보사 자본은 반년 새 102조2000억원에서 166조9000억원으로 63.3% 늘었고, ROE는 5.84%까지 내려왔다. 삼성생명 한 곳의 자기자본만 삼성전자 지분 평가이익(77조2000억원)에 힘입어 반년 새 64조8000억원에서 147조원으로 82조원 넘게 늘어나, 업권 전체 자본 증가분과 맞먹는 규모다. 총자산이익률(ROA)이 1.24%에서 1.28%로 소폭 오른 것과 대비된다. 자산 운용이 나빠졌다기보다 자본이 갑자기 커지면서 지표가 낮아진 구조로, 보험주 저평가 요인으로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업계는 이를 보험사의 '버는 힘'이 약해진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ROE를 끌어내린 것은 이익이 줄어서가 아니라 자본이 커져서이고, 그 자본 급증도 영업 성과가 아닌 주가가 만든 결과인 만큼 지표 하락과 실력 저하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자본 급증분의 상당 부분은 주가 상승에 따른 삼성생명 쪽 영향이고, 보험사들의 이익 자체는 실제로 늘어나기도 했다"며 "자본 확대는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지급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ROE가 낮아진 만큼 각 보험사가 주주환원 등의 방식으로 자본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치만 보면 반등이지만, 이익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림은 다르다. 보험 본업에서 벌어들인 보험손익은 2024년 상반기 8조7727억원에서 지난해 6조4098억원, 올해 6조2558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년 누적 감소율이 28.7%에 달한다. 생보사 보험손익은 같은 기간 35.6% 급감하며 쉼 없이 하락 중이다. '13% 증가'라는 숫자도 지난해 순이익이 15% 급감했던 낮은 기저 위의 반등으로, 2024년 상반기(9조3871억원)와 비교하면 올해 9조138억원은 여전히 4.0% 모자란다.

손보사 보험손익은 5310억원 개선됐지만 여기에도 착시가 섞여 있다. 분기별로 나눠보면 1분기 개선분은 50억원에 불과했고 2분기에 5260억원이 몰렸다. 올해 2분기 적용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손실계약이 이익계약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손실부담비용 환입, 즉 회계적 효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금감원도 자료 각주에서 계리가정 변경 등으로 손실계약과 이익계약 간 전환이 일어나면 손실부담비용이 증가하거나 환입된다고 명시했다.

실제 손해율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단순평균)은 올해 상반기 84.1%로 전년 동기(82.6%)보다 1.4%포인트 더 올랐다. 2022년 상반기 76.1%를 저점으로 4년 연속 상승해 최근 6년 내 최고치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가 인상으로 돌아섰는데도(상반기 원수보험료 +4.3%) 손해율 악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80% 선도 2년째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의료비 증가와 보험금 누수 등으로 계속 나빠지는 흐름이었다"며 "다음 달 시행되는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과 실손보험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등으로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풍선효과 등으로 효과가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2년간 보험업계는 분기 평균 3조원대 이익을 내다가 4분기만 되면 순이익이 1조원 아래로 급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2024년 4분기 9744억원, 2025년 4분기 9261억원이다. 연말 계리가정 재산정과 손실부담비용 일괄 인식이 4분기에 집중되는 데다, 장마·태풍·폭설이 몰리는 하반기에는 손해율도 크게 뛴다. 실제 지난해 5대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반기 82.6%에서 연간 86.9%로 치솟았다. 올해도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면 상반기에 쌓은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연말에 반납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계리가정을 정산하면서 손실부담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겨울철 빙판길 사고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구조적으로 나빠진다"며 "계절 요인에 따른 손해율 악화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계리가정 정산 부담에 대해서는 "올해는 2분기에 가이드라인 반영이 이뤄진 부분이 있고, 각사가 자기 사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