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없어 BRT 못 돌리는 세종…북부권 교정시설이 ‘재정 함정’ 아닌 기회 되려면
취득세 급감·공공시설 운영비 급증…시비 선투입 방식은 부담 전동면 등 북부 읍면권, 인구 감소·산단 미분양 지속 “교정시설 때문에 땅값 하락” 일률적 주장은 근거 부족 국가가 토지·건축·운영 책임지고 특별법·행정수도법 연계해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세종시가 1400억원 넘게 투입된 간선도로를 확보하고도 17억9000만원의 추가 시설비를 마련하지 못해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가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70억원을 들여 건립한 복합커뮤니티센터 역시 수영장과 도서관 운영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정상 개관이 지연되고 있다.
세종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시가 수백억원을 빌려 교정시설 부지부터 매입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법무부가 토지비와 건축비, 운영비를 책임지는 국가책임형 교정시설이라면 세종 북부 읍면지역에 안정적인 공공투자와 정주인구를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보도와 세종시장직 인수위원회 자료를 종합하면 세종시 취득세 수입은 2021년 3338억원에서 올해 1421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국가로부터 넘겨받은 공공시설물 117개의 유지관리비는 지난해 1285억원에서 2030년 1828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세종시의 보통교부세는 1203억원으로 같은 단층제 지방정부인 제주도의 6.5% 수준이다.
법원은 2031년 문 여는데 구치시설은 없어
교정시설 필요성은 지역개발 논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총사업비 1042억원을 투입해 반곡동에 세종지방법원을 건립하고 있다. 목표 개원 시점은 2031년 3월이다. 세종지방공소청 건립도 법원 개원 시점과 연계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구속 피의자와 피고인을 수용할 독립적인 세종지역 구치시설 계획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구치시설이 없으면 세종에서 재판받는 미결수용자를 대전·청주·천안 등 외부 교정시설에서 계속 호송해야 한다. 신규 시설이 들어설 경우 세종 수요를 자체 처리하는 동시에 충청권 교정시설의 수용·호송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2025년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125.8%였다. 대전교도소는 143.6%, 청주여자교도소는 정원 610여명에 현원 742명으로 약 120%를 기록했다. 천안교도소도 2024년 기준 정원 1230여명보다 350명가량 많은 1570여명을 수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 교정시설이 이들 시설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지만, 충청권에 추가 수용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전동면 같은 지역, 민간 개발만 기다려 땅값 오를까
후보지는 특정 지역으로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다만 공개 자료를 보면 전동면을 비롯한 세종 북부 읍면권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있다.
세종시 면 지역 인구는 시 출범 이후 신도시 성장과 달리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2026년 사이 면 지역 인구는 약 14% 줄었다. 전동면은 2024년 기준 인구 3143명 가운데 18세 미만이 130명에 불과할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기업 유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렵다. 세종시는 올해 3월 전동일반산업단지의 미분양 산업시설용지와 복합용지 8개 필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시 공급했다. 산업시설용지 분양가격은 3.3㎡당 약 198만원이었다. 산단을 조성해 놓고도 잔여 필지가 남았다는 것은 민간 제조업 수요가 충분히 붙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동면은 천안·청주·세종 신도시 사이에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천안과 청주에 이미 반도체·전자·화학 등 대규모 산업단지와 협력업체, 인력·정주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세 지역의 중간이라는 입지 하나만으로 대기업이나 대형 공장이 단기간에 들어와 토지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장래 개발로 오를 땅인데 교정시설이 들어오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주장 역시 전제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간 매수수요와 산업투자가 약한 지역은 교정시설 유치 여부와 무관하게 가격이 장기간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 있다.
‘교도소=전 지역 땅값 하락’ 단정도 어려워
교정시설이 주거지 바로 옆에 들어오면 심리적 기피와 지역 이미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련 연구도 교정시설에 대한 낙인이 주변 이미지와 부동산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민들의 주요 우려로 꼽는다.
그러나 같은 연구들은 주민 수용성이 위험 인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편익과 지원사업, 안전대책에 함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결국 가격 영향은 시설과의 거리, 토지용도, 편입 여부, 도로 개선과 주민지원 내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교정시설 부지로 직접 편입되는 토지는 협의매수나 공익사업 보상 대상이 된다. 인접 공장·농지는 도로와 상하수도 확충, 공무원·방문객 수요에 따라 이용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시설에 가깝지만 편입되지 않는 주택지는 경관·심리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취재 단계에서 확인할 사안은 ‘오른다, 내린다’의 단순 구호가 아니라 어느 토지가 편입되고, 남는 토지에는 어떤 기반시설과 완충대책이 제공되느냐다.
청송은 추가 교도소까지 유치…공공기관 효과 확인
인구 감소지역에서는 교정시설을 안정적인 공공기관으로 보는 사례도 있다.
경북 청송군은 4개 교정시설을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기관으로 평가하고 여성교도소 추가 유치를 추진해 왔다. 교정공무원과 가족의 거주, 면회객 방문, 주택·식당·마트 이용, 지역 물품 구매 등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수요가 됐다는 것이 청송군의 설명이다.
법무부 역시 올해 처음 도입한 교정시설 후보지 공모제에서 선정 지역에 주민 공동사용 체육시설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지역 인재를 교정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정시설이 들어올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지역 효과는 토지보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정공무원과 가족의 정착, 직원주택과 관사 수요, 급식·청소·조경·시설관리, 식자재와 생활물품 납품, 면회객의 식사·교통·숙박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방범시설, 완충녹지, 체육·주차시설도 국가사업에 포함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수용자는 지역 소비인구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경제효과는 교정공무원과 가족이 지역에 실제 거주하고, 공공조달 절차 안에서 지역업체와 농산물 구매가 얼마나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세종시가 운영비 떠안으면 또 다른 재정 부담
세종시의 현재 재정난은 국가가 지어준 시설을 지방정부가 넘겨받은 뒤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교정시설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시가 부지를 빚내 매입하고 법무부의 확정 약정 없이 이자와 기반시설 운영비를 부담하면 새로운 재정 위험이 된다.
사업이 추진된다면 토지비와 시설 건축비, 보안설비비, 교정시설 운영비는 법무부 또는 공식 BTL 사업구조가 책임져야 한다. 세종시는 산업단지 유휴부지와 도시계획·인허가, 주민협의를 지원하되 대출보증과 운영비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BTL 역시 공짜 건설은 아니다. 민간이 먼저 건설비를 조달하고 정부가 장기간 임대료를 지급하는 만큼 세종시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급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별법 통과·행정수도법 연계가 관건
현재 국회에는 ‘교정시설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은 교정시설 주변지역 지원계획과 주민지원사업, 주민 우선고용, 지역 농산물 우선구매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다만 1월 발의된 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교정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이 도로·주민편의시설·고용·농산물 구매 등을 요구할 법적 기반이 강화된다. 세종지역 교정시설을 지역 희생이 아니라 상생형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려면 해당 법안의 통과 또는 이에 준하는 지원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행정수도특별법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 관련 법안에는 세종을 국가 정치·행정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국가기관 이전과 행정수도건설 특별회계 설치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세종지방법원과 공소청, 구치·교정시설을 하나의 사법행정 인프라로 묶으면 진입도로와 정주환경, 주민지원시설을 특별회계나 국가사업으로 지원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세종 북부권 교정시설은 아직 공식 사업도, 확정 후보지도 아니다. 그러나 법원은 건립하면서 구치기능은 다른 도시의 과밀시설에 의존하고, 산업단지 미분양과 면 지역 인구 감소는 방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교정시설의 타당성은 주민 우려를 축소하거나 땅값 상승을 약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비용을 얼마나 부담하고 지역에 어떤 장기 수요와 기반시설을 남기는지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