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Made in USA' HBM 만든다…2029년 7세대 양산
인디애나 팹 착공과 함께 생산능력 첫 공개 2030년까지 美 핵심 HBM 거점으로 육성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연간 수십만장 규모의 HBM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4E 양산에 돌입하고, 2030년에는 인디애나 팹을 미국 내 핵심 HBM 생산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학교 할로웨이 체육관에서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인디애나 팹에서 언제부터, 어떤 HBM을 얼마나 생산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생산 로드맵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이날 인디애나 팹의 연간 생산능력이 수십만장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2028년 10월 클린룸을 완공하고 2029년 3분기부터 차세대 HBM4E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인디애나를 미국 내 주요 HBM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십만장은 HBM 패키징에 투입되는 D램 웨이퍼 기준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첨단 D램 웨이퍼를 인디애나로 운송한 뒤 현지에서 적층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테스트를 거쳐 HBM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인디애나 팹 착공으로 SK하이닉스는 기존 한국 중심 생산체계에 미국 후공정 거점을 추가하게 됐다. 전공정은 한국에서 담당하고 미국에서는 HBM을 최종 제품으로 완성해 현지 고객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첫 생산 제품으로 HBM4E를 낙점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를 양산하고 있으며 HBM4E를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디애나 팹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는 HBM4E가 차세대 AI 가속기용 핵심 메모리 제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 공장을 구형 제품의 생산라인이 아닌 차세대 HBM 생산거점으로 출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곽 CEO는 인디애나 팹의 역할을 단순 생산시설로 한정하지 않았다. 곽 CEO는 기공식에서 "오늘은 미국과 SK하이닉스가 함께 AI의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날"이라며 "미국은 최고의 고객과 연구역량, 생태계가 함께하는 AI 혁신의 중심지이고, 인디애나 팹은 최초로 'Made in USA' HBM을 제공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산라인 옆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R&D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는 점이 기존 생산기지와 다른 부분이다. 고객사와 대학, 비즈니스 파트너가 이 공간에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생산시설을 단순한 양산 거점이 아니라 고객과 공동으로 차세대 HBM 기술을 개발하는 협업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퍼듀대학교와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 R&D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양측은 HBM을 비롯해 차세대 시스템 통합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중서부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현지 인재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100여개 이상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가 웨스트라피엣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팹 건설과 운영을 통해 미국 내 약 7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팹 자체에는 향후 약 1000명의 인력이 근무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 간 인력 교류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았다. SK그룹은 주한미군 전역 장병 취업 플랫폼에 고용기업으로 참여해 전역 군인의 미국 내 취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매개로 기술·투자뿐 아니라 인력 분야에서도 한미 협력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는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는 단순한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가 아닌, 미국 내 첫 AI 메모리 생산 시설 및 R&D 센터 구축으로,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고 정부 및 외부 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고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팹은 ADR 상장 이후 실질적인 투자가 본격화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 안보·경제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