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 ‚위고비・마운자로 효과'? — 패션업계 빅사이즈 없애기 성공할까?

- H&M, 여성복 3XL・4XL 플러스 사이즈 중단하기로 - ‚오젬픽 시대’ 체중 감소한 소비자 체형에 맞는 새 기성복 사이즈 체계 나올 것

2026-08-28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글로벌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전 세계에서 과체중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와 영국의 패션 어패럴 시장에서 이른바 ‚플러스 사이즈(plus size)‘로 불리는 빅사이즈 기성복이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8월 26일 자 블룸버그 통신은 스웨덴 본사의 다국적 글로벌 SPA 기업 H&M이 올해 2026년 추동 시즌 여성복 컬렉션부터 3XL 및 4XL의 플러스 사이즈 의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마운자로(Mounjaro), 젭바운드(Zepbound) 등의 제약품 명으로 잘 알려진 GLP-1 비만 치료제의 대중적 사용 확산에 따라, 글로벌 의류 제조업계는 소비자들의 몸매가 날씬해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의류 사이즈 체계를 재편하고 오프라인 매장 공간 진열 및 재고 관리 합리화를 단행하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8월 20일 자 ‚그 많던 XXL 옷을 다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출신의 유명 플러스 사이즈 모델 겸‚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사회운동가 테스 할리데이(Tess Holliday)의 말을 인용해 H&M을 비롯한 망고(Mango), 올드 네이비(Old Navy), 로프트(Loft),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등 영미권 패션어패럴 시장의 인기 대중 패션 리테일러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플러스 사이즈 공급과 재고 물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왔다고 전했다.

H&M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자체 재고 및 영업 실적 데이터 분석 결과 여성복 3XL 및 4XL 사이즈 의류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이를 반영해 새 2026년 추동 컬렉션부터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체는 최근 몇 년 사이 홈 데코 컬렉션, 화장품, 액티브웨어 카테고리의 매출 신장 추세에 맞춰 H&M 홈, 뷰티, 무브, 솔라클럽 등 하위 브랜드 진열 공간을 확장하는는 대신 빅사이즈 코너를 축소해왔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명품 패션 브랜드와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계가 주도해 글로벌 의류 업계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앞장서 기용하며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을 포섭하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한 2021년과 2023년 사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위고비, 오젬픽 등 체중 감소 주사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자, 의류 리테일 업계에서도 사이즈 수요 추세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의류시장에서 빅사이즈의 점진적인 증발 현상은 리테일 매장과 철마다 뉴욕・런던・밀라노・파리의 패션쇼에서와 럭서리 중고 시장에서도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가령, 원사이즈 의류 만을 판매하는 십대 소비자 대상 의류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의 선풍적 인기, 2024년 베를린 패션위크 캣워크에서 깡마른 모델이 선보인 나밀리아(Namilia)의 ‚I❤️Ozempic‘ 로고 티셔츠, 2025년 하반기부터 날씬한 모델로 전격 교체된 전 세계 거리 패션 광고 포스터 등은 ‚오젬픽 시대’의 효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에서 큰 체격의 남녀 소비자를 겨냥한  플러스 사이즈 전문 의류 체인 토리드(Torrid)는 작년 2025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의 30%가량을 폐점했다(자료: EDITED, 리테일 정보 플랫폼). 한편, 럭셔리 패션 브랜드 리세일 매장 및 온라인 플랫폼들은 중고 빅사이즈 의류 수거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한다.

2023년부터 H&M 보디 포지티브 운동(있는 그대로의 몸을 그대로 긍정하자는 사회운동) 사외 자문가로 활동하며 플러스 사이즈 기획 및 마케팅 협업을 해온 테스 할리데이, 육덕진 아름다움으로 캣워크를 사로잡았던 팔로마 엘세서 같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은 외모와 체형의 다양성을 존중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우려한다.

고도비만 인구 비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다수의 여성이 사이즈 14, 즉 한국 사이즈로 환산하면 XL~2XL(77~88)에 해당하는데, 글로벌 패션 리테일 업계가 빅사이즈 제품을 거둬들임으로써 절대 다수 소비자들의 구매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나 살을 빼고 날씬해져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압력은 그 어느때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위고비, 마운자로, 오젬픽 같은 체중 감소제가 앞으로 더 널리 보급될 가까운 미래의 대중문화 흐름에 발맞춰, 패션・어패럴 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체중 감소를 사실상 강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