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이어 이재용 회장과 비공개 면담 무슨 이야기 나눴나...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투자 요구 논의

- SK하이닉스, 미국에 추가 투자 검토 이어 삼성전자 고민 중 - 호남 투자 애로사항도 청취…정의선 구광모 등과 만남 조율

2026-08-27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방미 일정을 마친 직후 이뤄진 연쇄 회동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 속에 대미 투자가 주요 면담 의제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회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반도체 투자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만남은 지난 20일 최태원 회장과 만난 지 6일 만에 이뤄졌다. 또한 지난 7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만남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계가 '원팀'을 구성해 반도체,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투자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같은 만남은 우리 정부가 9월에 대미 투자 1호를 발표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후 기업들의 대미 투자 윤곽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통상 전쟁에 나서고 있다. 또 9월에는 유엔총회 등 주요 외교 일정도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과 재계 회동이 대미 투자 셈법을 가다듬는 자리로 풀이되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 투자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어 정부와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이달 27일(현지 시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착공식을 연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지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 가동식을 계획 중이다. 테일러 팹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의 첨단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추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반도체 추가 투자 요구는 우리 정부의 ‘3500억 달러(485조원) 대미 투자’와 별개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투자와 별도의 '추가 청구서'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 생산시설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에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메모리 전공정 팹을 지으라"고 구체적으로 압박했다.

이후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신규 메모리 팹 검토를 공식화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13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한 달 이상 적합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추가 신규 투자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내부에선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팹 주변에 여유 부지도 있는 상태다. 다만 미국 칩스법에 따라 받기로 한 약 6∼7조 원의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어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 용인 클러스터는 물론 전남광주에 대규모 투자도 고려해 미국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하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가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정부 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각국 정부가 경제 안보를 위해서라도 메모리 반도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꽤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지금은 기업이 (압력을) 받지만, 앞으로 정부도 다른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가 핵심 기술인 첨단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만 생산돼 왔기에 우리 정부로서는 해외 공장 신설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 팹 투자에 나서기 전에 대만 정부와 미국 현지 생산 품목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의 만찬에서는 국내 '3대 메가 프로젝트' 이행 상황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29일 서남권에 800조원 투자를 포함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신규 메모리 전공정 팹 4기를 구축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 지원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의 핵심 사업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 군공항 이전과 국가산단 조성, 전력·용수 공급망 구축 등 후속작업이 복잡하기 때문. 여기에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포함해 이재용 회장과 올해에만 총 13차례 대면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월 5일 중국 비즈니스 포럼을 시작으로 2월 4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 2월 23일 브라질 대통령 국빈만찬 등에 참석했다. 4월에는 인도와 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인도 일정과 베트남 국빈만찬,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만났다.

6월에는 이탈리아 순방 당시 국빈만찬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또 6월 25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별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어 6월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7월 2일 충청권 첨단산업 보고회에서도 만났다. 지난 7월 25일에는 미국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도 함께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이재명 대통령과 총 8회 만남을 가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7회, 구광모 LG그룹 회장 6회 면담을 가졌다. 또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9회,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7회,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6회 대면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