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 2000조 돌파 뒤 열흘…은행권, 조였던 대출 다시 풀까

총량 재배분 협의 진행 중…8월 초 일제히 강화한 대출 문턱 향방 주목 "관리 잘 되고 있어 신중 택했다"…은행마다 다른 셈법

2026-08-26     박금재 기자
하나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지 열흘가량 지난 가운데, 이달 초 일제히 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은행권이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25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00조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1분기 말(1993조1000억원)에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데 이어, 2분기에도 증가세가 이어지며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은행권은 이달 들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였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 수준으로 낮췄고, 하나은행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변동금리형 주담대 신규 취급을 대면·비대면 모두 중단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절반가량 축소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측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었다"며 "시장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하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주택 구입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 더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은행마다 관리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하나은행은 약정 기간 한도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객이 만기를 연장할 때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을, 신한은행은 한도가 3000만원을 넘는 고객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을 각각 택했다.

이제 관심은 이 조치들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라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늘어났고, 이에 따른 세부 배분 협의가 19일부터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별 배분 한도가 확정되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제한 조치도 단계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에도 불구하고 증가세 자체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7월 3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669억원으로 2022년 8월(44조7699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전체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110조484억원으로 2023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같은 시점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7869억원으로, 올해 연간 관리 목표치를 이미 1조원 넘게 초과한 상태다.

배경에는 상반기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 수요가 있었다.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 동안에만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7501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증시가 급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했던 자금에 손실이 발생해 회수되지 못하고 마통 인출잔액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달 초 은행권이 일제히 둔 강수가 뒤늦은 조급함이었는지, 신중한 판단이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될 전망이다. 가계신용이 사상 첫 2000조원을 넘어선 시점에, 총량 재배분 협의 결과가 이달 안에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이 일제히 강화한 대출 문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