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ffect] 송민수가 닫지 않은 문
협상은 깨지면 문이 닫힌다. 하지만 기아는 그 문을 닫지 않았다.
기아 노조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부분파업을 예고해 둔 상태였다.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고, 찬반투표는 92.5% 찬성으로 가결됐다. '형님' 격인 현대차 노조는 앞서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거친 뒤였다. 연쇄파업 우려가 자동차 업계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 하루 전인 25일 오후, 노사는 오토랜드 광명에서 마주 앉았다. 열두 번째 본교섭이었다. 그리고 이날 밤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기본급 10만원 인상에 성과·격려금 400%와 1270만원, 자사주 47주, 복지포인트 50만원이 담겼다.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자사주 246주에는 못 미쳤다. 주 4.5일제와 65세 정년 연장 같은 구조적 요구도 이번엔 미뤄뒀다.
협상장에 앉은 건 송민수 기아 대표이사였다.
송민수 대표이사는 화성공장장과 노무지원사업부장을 거쳐, 지난 7월 송호성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며 국내생산·안전보건 최고책임자로 선임됐다.
얼핏 숫자 싸움처럼 보여지는 협상이지만, 그것이 깨지면 멈추는 곳은 회의실이 아니라 오토랜드 광명과 화성, 광주의 생산라인이다. 생산을 아는 대표가 교섭 전면에 선 지 석 달도 안 돼, 그 이력이 그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타이밍도 여의치 않았다. 기아의 2분기 매출은 33조3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2조6285억원으로 4.9% 줄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맞선 인센티브 확대, 환율 상승에 따른 보증충당금 부담이 겹친 결과다. 여기에 생산 차질까지 더해질 여유는 많지 않았다. 6년 무분규 기록 역시 단 하루가 남았다.
물론 숙제는 남았다. 조합원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합의 이후 현장의 불만을 줄여야 한다.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같은 구조적 쟁점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전동화 전환과 생산 효율화가 본격화될수록 노사 갈등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면 하나는 기록할 만하다. 송민수 대표이사는 파업권을 가진 노조를 상대로 협상장을 닫지 않았다. 노조도 파업 직전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경영진은 비용을 들였고, 노조는 생산 중단을 멈췄다.
파업을 막은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하루 전까지 닫히지 않은 협상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