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얼마나 가능할까…금융계열사 매각 규모가 관건

삼성생명·삼성화재 합산 지분율 유지하려면 소각분 10% 매각 필요 하이닉스처럼 40조원 소각하려면 금융계열사 지분 4조원 처분해야

2026-08-24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90조~110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주주환원을 예고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에 앞서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선제적으로 공시한 만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에 주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자유롭지 못한 탓에 SK하이닉스와 같은 규모의 소각에 나설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가 약 4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보통주 발행주식은 약 58억4627만주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보통주 발행주식 수의 각각 8.51%, 1.49%를 보유해 합산 지분율이 10%다.

이같은 지분율 관리의 근거는 금산법 제24조다.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일정 기준 이상 보유하고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합산 10%가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산 지분율 10%선을 유지하려면 삼성전자가 소각하는 주식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매각해야 한다.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보통주 자사주 7336만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은 624만4658주, 삼성화재는 109만1273주를 각각 매각했다. 합산 733만주로 삼성전자 소각 물량의 약 10%에 해당했으며, 매각 규모는 약 1조5300억원이었다. 이 역시 양사의 합산 지분율 10%를 유지하기 위핸 매각 절차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40조43억원을 들여 약 2407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의 사례를 삼성전자에 단순 적용하면 매각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40조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지난 21일 종가인 28만1500원을 적용하면 약 1억4210만주를 매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 보통주 발행주식의 약 2.4%에 해당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는 합산 약 142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 금액으로는 약 4조원 규모에 해당한다.

현재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약 5억8460만주로 추산된다. 1420만주는 이들의 합산 보유 주식의 약 2.4%다. 즉 삼성전자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금융계열사가 처분해야 하는 물량 자체가 보유지분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단일 거래로 4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특히 매각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계열사의 부담도 커진다.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요 투자자산이자 배당수익원인 만큼 지분 매각이 반복되면 향후 배당수익과 보유자산이 줄어든다.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과 대규모 블록딜에 따른 시장 수급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의 현실적인 한계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어느 수준까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관리를 위한 금융계열사 매각액이 소각 규모의 10%에 달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수십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선택할 경우 현금배당과의 조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장은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이 10%로 맞춰져 있어 보통주를 추가 소각할 경우 양사 지분율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며 "내년 1월 확정될 잔여 주주환원 약 70조원 중 상당 부분은 배당으로 집행될 전망이며,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은 약 10조∼20조원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