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영업이익 반토막 나도 몸값은 그대로…금융권은 조 단위 베팅

하나·삼성·한화, 카카오 지분 나눠 인수하며 두나무 4대 주주 지위 확보 두나무 기업가치 15조3000억원…실적 둔화 이전 가격에 베팅한 셈

2026-08-24     박금재 기자
두나무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두나무의 2분기 실적이 크게 꺾인 가운데, 정작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올 상반기 두나무 지분을 조 단위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가 공시로 드러나기 전, 15조원대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하고 베팅한 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지분율은 6.55%로, 이 거래로 하나은행은 두나무 4대 주주 지위에 올랐다. 국내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지분 투자를 계기로 두나무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디지털자산 연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에서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닷새 뒤인 20일에는 한화투자증권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3.90%(136만1050주)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인수로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늘었고, 송치형 의장·김형년 부회장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투자증권은 앞서 우리기술투자(7.20%)를 밀어내고 3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매매 중개를 넘어 수탁·정산·기관 서비스를 아우르는 복합 디지털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139만주(약 4%)를 총 6128억원에 신규 취득했다. 하나·한화·삼성이 두 달 안에 잇달아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네이버·하나금융·삼성·한화 등 주요 금융·플랫폼 그룹이 두나무를 매개로 얽히는 구도가 형성됐다. 다만 각 그룹이 저마다 독자적인 플랫폼·사업 전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하나의 연합 체제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 일련의 거래에서 인정된 두나무 기업가치는 약 15조32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포괄적 주식교환 당시 산정된 밸류에이션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침체에도 기준 가격이 유지된 셈이다. 주당 인수가는 하나은행·삼성 계열사 기준 약 43만9000원, 한화투자증권 기준 약 44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형성된 두나무 주가(31만원대)보다 40% 안팎 높은 가격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022년부터 보유해온 두나무 지분을 이번 매각을 통해 대거 현금화했다.

다만 이 거래들이 마무리된 지 두세 달 만인 지난 14일, 두나무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6% 급감했다는 내용의 반기보고서를 공시했다. 하나·삼성·한화가 지불한 가격은 실적 급락이 반영되기 전 밸류에이션이었던 셈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득을 본 거래"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금융권의 시각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과 별개로 웹3 인프라 브랜드 '기와', 법인용 수탁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고, 최근에는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며 공공 부문으로도 발을 넓혔다. 이들 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인수 목적으로 공통으로 내세운 것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탁·정산 등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 협력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단기 실적보다 향후 몇 년간의 시장 재편 국면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려는 장기 베팅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의 목적은 분기 실적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력 관계 구축에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성이 큰 만큼, 분기 실적보다 중장기 사업 협력 성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