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금융기관 지방이전 곳곳에 '암초'...노조 반발 이어 국회 '지역구 전쟁'

2026-08-21     이정환 기자

[녹색경제신문 = 이정환 기자]

금융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반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대상 기관 직원들은 집단행동과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지역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법 개정부터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산업 경쟁력과 국민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어 금융기관 지방 이전이 ‘산 넘어 산’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국회에서는 지방 이전 자체보다 ‘어디로, 어떤 기관을 보낼 것인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여야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종·부산·대구 등 각 지역이 원하는 기관이 달라 법안 상정 단계부터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서 벌써 ‘우리 지역 금융기관’ 유치전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구체화하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첫 번째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은 현행법에 본점 또는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어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전 대상과 지역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셈법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종과 부산을 중심으로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을 지역구로 둔 강준현 의원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은행, 예보 등의 세종 이전에 원칙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산에서는 박홍배 의원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산은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기관이 내려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역별로 입장이 갈린다. 부산 북구을의 박성훈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적극적이고, 대구 동구·군위갑의 최은석 의원은 기업은행의 대구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에 자리 잡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을 연계해 정책금융 시너지를 내겠다는 논리다.

반면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금융기관 이전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회사와 기업이 집중된 서울에서 국책은행이나 감독기관을 떼어낼 경우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재 유출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홍배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자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병)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최근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집회에 참석해 “금융의 본질은 집적과 네트워크”라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정무위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갑) 측도 금융 중심지와 감독·정책금융기관을 분리할 경우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가 금융기관 이전안을 발표하더라도 국회에서 곧바로 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금감원 등은 본점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기려면 관련 법률을 고쳐야 한다. 

기존에 발의된 산업은행 부산 이전안과 기업은행 부산·대구 이전안 등이 이미 정무위에 계류 중이지만, 정부가 새로운 이전 지역을 제시할 경우 추가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전 지역을 정해도 국회에서 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라며  “각 의원이 지역구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법안 상정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 금융기관 지방 이전 논의는 노조와 정부 간 대립을 넘어 국회와 지역사회까지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반발은 시작일 뿐…‘인재 유출’ 논란도

국회 밖에서는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금융감독원에서도 이전 반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96%가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박상진 회장에게 정부에 이전 제외 입장을 직접 전달하라고 요구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발에는 주거와 자녀교육 문제뿐 아니라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 금융사 등으로 이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역시 금융회사 본점과 현장 검사 대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지방 이전이 감독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서울 출장이 늘고 인력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국책은행 본점 몇 곳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내기 어렵다" 면서 "특히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신중을 기하겠다 해놓고 이를 강행하는 것은 노동계와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때 본점 이전설이 나왔을 때도 내부 유능한 인력들이 서울 내 다른 금융기관으로 다수 옮겼다" 면서 "지방 이전이 결정되면 상당수가 이직을 고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적인 정책 논쟁으로 넘어가기 전부터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