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약바이오 CVC, '고 멀티플 엑시트' 비결은?…지분투자 동반 협력

[2026 한국바이오경제학회 하계 학술대회] 김도형 로프티록인베 대표, CVC 투자 성과 분석 동구바이오제약 디앤디파마텍 리레이팅 사례도 오준병 교수, "후기 임상 자금 공급 확대해야"

2026-08-20     민보영 기자
김도형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제약바이오 섹터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넣는 것보다 투자 이후 부가가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분투자'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

CVC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 투자 이후 기업의 연구개발과 경영 역량을 키우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도형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일 제주도 제주시에서 열린 2026 한국바이오경제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CVC의 바이오텍 투자 성과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제언했다.

성공적인 엑시트 요건으로 우수 기업을 선별하는 '선별 효과(Selection effect)'와 '투자 이후 자원과 네트워크 등을 제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부가가치 효과(Value-added effect)'가 꼽히는 만큼, 단순 투자보다 지분 투자를 통한 기업 내부 역량을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별 효과는 기술 성숙도와 내부 연구개발(R&D) 역량, 경영진의 경험 등을 갖춘 기업을 CVC가 선별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 구현 가능성이 높고 임상단계 진입이 빠른 기업이나 연구팀의 역량과 파이프라인이 충분한 기업, IPO와 후기 임상을 추진할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 있는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부가가치 효과는 CVC가 투자 이후 기업에 필요한 자금뿐 아니라 연구개발 지원, 후속 투자, 네트워크, 경영 노하우 등을 제공해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CVC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과 동시에 투자기업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구바이오제약 CVC, 디앤디파마텍 밸류 540억→4조 '리레이팅 기여'

동구바이오제약 CVC인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와 디앤디파마텍의 협력 사례가 대표적이다.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디앤디파마텍 시리즈A에 약 31억원을 투자해 지분 8%를 확보해 핵심 파이프라인 공동개발과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이후 공동대표 취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해 내부통제와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성 평가와 상장구조 설계를 지원했다. 미국 자회사 투자와 후속 임상 지원을 위한 메자닌 투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지분투자와 경영·개발 지원 결과 디앤디파마텍 기업가치는 시리즈A 당시 540억원이었는데, 올 6월 기준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며 "지분투자를 동반한 협력이 기업가치 리레이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는 바이오섹터 조정에 따라 약 2.6조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CVC 역할 뿐만 아니라 IPO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모기업 자본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는 데다 CVC에도 '데스밸리'가 존재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공모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상장 촉진과 코스닥 유동성 확대, 규제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대형 하우스에 자금이 집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리그별·섹터별 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13개 일반지주사 CVC는  85개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총 출자약정금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3945억원으로, 이 중 65.2%는 지주회사 자체 자금으로 조달된다. CVC가 투자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우회 출자하는 행위도 탈법으로 규정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회수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해도 회수를 못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라며 "회수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돼야 발행 시장이 활성화하고, 그래야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투자 병목을 해소 위한 CVC 규제 완화 필요

바이오산업 투자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함께 사전·정량 CVC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상·사업화 단계에서 CVC와 벤처기업 간 전략적 보완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 시장을 활성화해 투자금의 회수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표

오준병 인하대 교수는 '바이오산업 활성화와 CVC: 혁신과 경쟁 정책' 발표에서 한국 CVC가 외부 출자자를 함께 모집하는 공동 업무집행조합원(Co-GP) 방식의 펀드 결성에 구조적 제약을 받고 있으며, 2022~2025년 지주회사 CVC 펀드 약정액도 2조3900억원대에 머물렀다. 해외투자 비중 역시 전체 CVC 투자액의 6.9%에 그쳤다.

한국 지주회사 CVC는 부채비율 200%, 외부자금 조달 40%, 해외투자 20% 등의 정량적 제한을 적용받지만 미국은 별도의 정량 규제를 두지 않는다. 조직 형태에서도 한국은 지주회사 CVC를 100% 자회사로 설립해야 하는 반면 미국은 모기업의 사업부 또는 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 외에도 중국·일본·독일은 CVC 설립과 외부자금 조달 등에 별도의 정량적 사전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오준병 교수는 "단기적으로 외부자금 조달 한도를 현행 40%에서 50%로 높이고, 해외투자 한도도 20%에서 30%로 상향해야 한다"며 "지주회사 CVC에 적용되는 재무건전성 규제 역시 개별 펀드 단위가 아닌 전체 운용자산 총량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정량적·사전적 규제를 지양하고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상 2상 이후 임상 3상에 집중된 자본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 지출은 신약 물질 개발이나 전임상, 임상 1상 등 앞단에 집중돼 있다"며 "임상 3상까지 이어지지 않고 대부분 임상 2상을 마치고 성공하면 기술수출이나 라이선스아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후기 임상 단계의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자본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자금 공급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