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정보공유 9개월...7009개 계좌 지급정지·664억원 피해 막아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 지난해 10월 출범...의심정보 46만3000건 공유 이달 4일부터 통신·수사기관도 참여...의심 전화번호 100여건 FDS 연계 우리은행 FDS·AML 통합대응체계 구축...LG유플러스, 악성 앱 이용 송금 차단 금융위, 전 금융권 대포통장 실태 점검...가상자산 지급정지·환수 근거 10월 시행

2026-08-20     이준성 기자
[사진=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금융·통신·수사기관이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대응체계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 'ASAP'을 통해 약 9개월간 7000여개 계좌가 지급정지되고 660억원 넘는 피해를 막았다. 이달부터 통신·수사정보까지 공유되면서 대응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주요 시중은행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은행 본점에서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열고 ASAP 가동 현황을 점검했다.

ASAP은 금융·통신·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의심정보를 참여기관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AI 패턴 분석을 통해 범죄를 차단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출범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은행권 의심정보 약 46만3000건이 공유됐으며, 금융권은 이를 토대로 7009개 계좌를 지급정지해 663억6000만원의 자금 편취를 사전에 차단했다.

정보공유 범위는 이달 4일부터 확대됐다.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수사기관도 ASAP을 통해 의심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정보는 계좌 지급정지와 통신 차단, 범인 검거 등에 활용된다. 법 시행 후 통신사들은 의심 전화번호 등 100여건을 공유했고, 은행들은 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연계하고 있다.

실제 피해를 막은 사례도 나왔다. 한 은행이 보이스피싱 의심계좌를 금융권에 공유하자 다른 은행이 이체 시도 단계에서 피해자에게 위험을 알렸다. 이어 경찰과 통신사 정보로 악성 앱 설치와 휴대전화 신규 개통 사실을 확인해 피해를 차단했다.

금융회사 내부 대응도 강화됐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 범죄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흐름에 맞춰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부서 간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두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계해 부서 이원화에 따른 한계를 보완하고 탐지 정확도를 높였다.

이 밖에 LG유플러스는 경찰·은행과 협업한 악성 앱 제어 서버 탐지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대출받은 돈을 범죄집단에 거액 송금하려던 상황을 사전에 막았다.

금융위는 마약과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에도 악용되는 대포통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규 대포계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의심거래 탐지와 계좌 지급정지, 자금환수 등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도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도입하는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무과실책임 법제화를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권 부위원장은 "그간 서로 단절되어 있던 금융·수사·통신 분야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방식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실질적으로 협업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부처·기관·업권 간 협업의 깊이를 더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범죄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