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더 플라자, 3년 문 닫는다…서울 호텔 ‘양보다 객단가’

1976년 개관 후 최대 수준의 변화…오는 2029년 하이엔드 호텔로 재탄생 스위트·파인다이닝·비즈니스 공간 확대…글로벌 VIP 정조준 롯데호텔 서울도 객실 737→590실…‘많이 받는 호텔’에서 ‘비싸게 파는 호텔’로

2026-08-20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서울 도심의 호텔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다. 객실을 많이 확보해 투숙객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객실 수를 줄이더라도 한 객실에서 더 높은 수익을 거두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50년 역사의 ‘더 플라자’가 3년간 영업을 멈추면서까지 전면 리모델링에 나서는 것도 이런 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더플라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개관 50주년을 맞은 더 플라자를 오는 9월 30일 영업 종료하고 내년 초부터 약 3년간 전면 리모델링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지난 2010년 이후 약 16년 만의 대규모 공사다. 재개장은 2029년을 목표로 한다.

이번 리모델링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객실의 ‘구성’이다. 기존 디럭스 중심에서 최고급 스위트 비중을 확대하고 객실 안에 업무 공간을 마련한다. 클럽라운지도 확대해 글로벌 기업인과 고소득 비즈니스 고객을 겨냥한다.

호텔의 경쟁력을 객실 수가 아니라 객실의 질과 고객의 지출 규모에서 찾겠다는 의미다.

식음료 역시 같은 방향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유치를 추진하고 문화·예술 콘텐츠도 강화한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숙박과 식음, 문화 경험을 한곳에서 소비하는 고급 호텔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호텔 외관은 오히려 크게 바꾸지 않는다. 서울시청 앞에서 50년간 쌓아온 상징성과 브랜드 자산은 유지하면서 내부 상품만 최고급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옥상 공간의 활용도 달라진다. 호텔 외벽에 전용 승강기를 설치해 옥상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서울시청과 광화문, 경복궁, 덕수궁, 청와대 등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더 플라자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는 비슷한 전략이 서울 도심 호텔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최근 롯데호텔 서울 메인 타워를 리뉴얼하면서 객실 수를 737실에서 590실로 줄였다. 객실 면적을 넓히고 상품성을 높이는 선택이다.

두 호텔의 사례를 단순한 시설 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객실을 줄이는 대신 객실 하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공통된 방향이기 때문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객실을 많이 판매하는 것만큼 비용을 통제하면서 높은 객단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 호텔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 브랜드와 공간, 미식, 서비스 등을 앞세워 글로벌 VIP와 고소득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더 플라자가 3년이라는 긴 영업 공백을 감수하는 것도 이 같은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리모델링 기간 동안 기존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재개장 이후 객실과 식음, 부대시설 전반에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투자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프리미엄 리조트 ‘안토’, 갤러리아 명품관과 함께 더 플라자를 그룹의 하이엔드 사업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고급화가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객실 가격을 높이려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고객이 필요하고, 럭셔리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히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더 플라자의 진짜 시험대는 2029년 재개장 이후다. 50년 된 호텔의 외관과 브랜드라는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존보다 높은 객단가를 실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서울 호텔업계가 이제 ‘몇 개의 객실을 채울 것인가’보다 ‘한 명의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판매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 플라자의 3년짜리 변신은 단순한 리모델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서울 도심의 호텔들은 객실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고급 객실과 미식, 서비스 등을 결합해 객단가와 체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더 플라자 역시 50년간 쌓아온 브랜드 자산에 하이엔드 콘텐츠를 더해 차별화된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