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눠먹기 전쟁’…면세점 호황에 가려진 그림자
롯데·현대는 인천공항 확대, 신라·신세계는 철수…4사 모두 흑자 사업권 가져간 곳도, 내려놓은 곳도 웃었다…달라진 건 ‘비용 구조’ 외국인은 늘었지만 객단가는 20% 감소…시장 성장엔 한계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주요 면세점 4사가 올해 2분기 나란히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교체와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실적만 놓고 면세점 업계가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시장 자체의 성장보다는 사업자 간 자리 이동과 비용 부담 변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분기 매출 9043억원, 영업이익 3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 영업이익은 383% 증가했다. 현대면세점도 매출 3104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두 회사의 실적에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이 영향을 미쳤다. 롯데와 현대는 올해 초 재입찰을 통해 각각 DF1과 DF2 사업권을 확보했다.
반대로 사업권을 내려놓은 신라와 신세계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호텔신라 TR부문은 매출이 7726억원으로 9.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13억원 적자에서 36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디에프 역시 매출이 5426억원으로 10.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33억원을 기록했다.
공항 사업을 새로 가져간 업체와 포기한 업체가 동시에 실적 개선을 이룬 셈이다.
배경에는 임대료 부담 변화가 있다. 이번 입찰에서 롯데와 현대가 제시한 객당 임대료는 각각 5031원, 4994원으로, 과거 신라·신세계가 부담했던 9000원 안팎보다 낮아졌다. 과거처럼 매출을 늘리기 위해 높은 비용을 감수하기보다, 수익이 남는 사업을 선택하는 쪽으로 면세업계의 전략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시장의 외형 성장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보다 21.3%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약 75만2000원으로 지난해 94만원보다 20%가량 감소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한 사람이 쓰는 돈은 줄어든 것이다. 대량 구매에 나섰던 중국인 보따리상 중심에서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바뀐 영향이다.
결국 지금의 면세점 실적 개선은 ‘시장이 커져 모두가 성장하는 호황’이라기보다 한정된 파이 안에서 누가 더 효율적으로 수익을 가져가느냐를 겨루는 국면에 가깝다.
롯데와 현대는 낮아진 비용으로 공항 사업을 확대했고, 신라와 신세계는 부담이 컸던 사업을 내려놓고 수익성을 챙겼다. 모두 웃었지만 웃는 방식은 달랐다.
앞으로의 관건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실제 소비 증가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객단가 하락이 계속된다면 사업자들의 비용 절감만으로는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면세점들의 실적 개선은 관광객 증가와 함께 과거의 외형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는 관광객 숫자보다 실제 구매를 얼마나 이끌어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수익을 남길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