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계좌 미지원 변수 넘었다…코인원, 결국 카카오뱅크 다시 택했다
AML·FDS 연계 안전장치 강화하며 4년째 협력 2027년 8월까지 계약 연장…시중은행 러브콜에도 "동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를 1년 연장하기로 확정했다. 이로써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내년 8월까지 이어지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계약 연장을 위한 내부 절차와 계약서 날인을 모두 마쳤고, 코인원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전 신고 절차도 완료했다. 이번 재계약에 따른 계약 기간은 2027년 8월까지로, 고객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코인원에서 원화를 입출금하고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의 인연은 202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인원은 기존 제휴 은행이던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실명계좌 제휴처를 옮겼고, 이후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재계약으로 양사 협력은 4년째로 접어들게 됐다.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은행 1곳과 반드시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야 하는 만큼, 이 계약은 코인원의 원화 거래 서비스 존속과 직결되는 핵심 요건이다.
재계약에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코인원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실사 결과 특별한 이견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협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그동안 AML 체계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연계해 안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해왔고, 업계 최초로 정기 협의체를 운영하며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 제정 협의체와 FIU 주관 협의체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위험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번 재계약 과정에서 변수로 거론됐던 지점도 있었다. 올 하반기 상장사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법인계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계약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법인 고객 영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코인원 측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 돌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코인원 이용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나마 계좌를 제공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코인원은 결국 기존 파트너인 카카오뱅크와의 동행을 택했다.
두 회사는 재계약과 별개로 서비스 연계도 꾸준히 확대해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코인원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세 조회'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고, 6월에는 이용자가 코인원 보유 자산까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했다. 7월에는 기존 소액저축상품 '저금통'에 코인원 혜택을 결합한 '저금통 with코인원' 상품도 출시했다. 이런 협력 이력이 이번 재계약 과정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코인원과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을 연장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가상자산 거래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인원은 지난해 8월 재계약 시점에 맞춰 차명훈·이성현 공동대표 체제에서 이성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차명훈 창업주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같은 시기 국내 다른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재계약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빗썸과 KB국민은행 역시 1년 연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지만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며,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실명계좌 계약도 오는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인원-카카오뱅크 재계약이 확정되면서, 당분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은행 제휴 구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여러 금융그룹이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내년 재계약 시즌에는 지금과는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