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올해 두 번째 대형 금융사고…누적 1000억원 넘었다

6월 47억8500만원 '할인 분양 사기' 공시가 8월엔 182억원으로 껑충 해외법인선 별도로 834억원 편취…비대면 대출 확대 그림자

2026-08-19     박금재 기자
[사진=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IBK기업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대형 금융사고를 두 건 공시하며 누적 피해 추정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2일 기존 공시 금액을 대폭 상향 정정한 국내 대출사기 사건(182억2100만원)에 이어, 이보다 앞선 7월에는 해외법인에서 833억7600만원 규모의 별도 사기 사건까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건을 합치면 1015억9700만원으로, 앞서 KB국민·신한·우리은행까지 4개 은행이 함께 공시한 대출사기 누적액(약 490억원)보다도 두 배 넘게 큰 규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첫 번째 사고는 지난 6월 22일 공시됐다. 상가 분양가를 실제 감정가보다 부풀린 허위서류로 대출을 받아낸 이른바 '할인 분양 사기'로, 편취 금액은 47억8500만원이었다.

사건 발생 기간은 2024년 5월 3일부터 12월 16일까지였고,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할인 분양 사기는 분양 대금이나 담보 가치를 실제보다 안정적인 것처럼 꾸며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우리은행에서도 같은 수법의 사고가 먼저 불거진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난 12일 기업은행이 정정 공시를 내면서 피해 규모가 182억2100만원으로 약 3.8배 불어났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유사 수법의 추가 피해가 속속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두 번째 사고는 이보다 한 달가량 앞선 7월 15일 공시됐다. IBK기업은행은 "해외 현지 법인에서 833억76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구조는 이렇다. 기업은행 해외법인이 비대면 소액대출 업무를 위해 현지 금융사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현지 금융사가 다시 플랫폼 대행업체와 시스템 운영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대행업체가 고객이 상환한 대출 원리금을 자사의 별도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외 현지 법인의 비대면 대출 잔액 등을 모니터링하던 중 이상거래 징후를 발견했다"며 "현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이며, 관계기관과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국가와 현지 금융회사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현재 폴란드·중국·미얀마·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데, 이 중 어느 법인에서 사고가 났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공시된 833억7600만원 역시 확정된 편취 금액이 아니라 추정 사고 금액으로, 실제 손실 규모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외부인의 사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국내 '할인 분양 사기'(182억원)는 허위서류를 이용한 대출 실행이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야 확인됐다는 점에서 여신심사 단계의 사전 검증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다.

반면 해외 사건(834억원)은 기업은행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 현지 협력사의 하위 대행업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해외 비대면 대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위탁 구조에 대한 감독이 얼마나 촘촘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외부 업체가 대출 실행과 상환금 수납·정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현지 영업망을 빠르게 넓히는 데는 유리하지만, 자금 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사고를 조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잔액과 실제 상환 내역을 주기적으로 대조하는 '잔액대사' 체계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고객 개인정보 1만7000건 유출 사건까지 겹치며,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유출된 정보는 이용자 닉네임과 연계정보(CI)로, CI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식별용 전자정보다. 다른 경로로 유출된 개인정보와 결합될 경우 타깃형 보이스피싱이나 명의도용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매년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보호를 강조해왔지만, 실제 금융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23건으로, 관련 공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2026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최근 2년 사이 14.6배 폭증한 외부인 사기 등 금융사고에 대응해 정기검사 시 '금융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하고, 여신 프로세스와 내부통제 체계를 고강도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이 한 해 동안 두 건의 대형 사고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낸 이번 사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은행권 금융사고의 유형과 범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