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증권사 상반기 실적] 증권사 호황에 대형사 줄줄이 '1조 클럽'…중소형 16곳 합쳐 순익 1조, 한화·iM은 감소
대형 10개사 상반기 순익 10.3조…사상 첫 10조 돌파 미래·한투 등 6곳 영업익 '1조 클럽'…중소형 16곳 합산 겨우 1.3조 브로커리지 호조에도 IB·채권운용 부진…한화·iM 순익 감소 발행어음·IMA·신용공여까지 자본력 차이…호황 속 체급차 확대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올해 상반기 증시 호황과 거래대금 급증으로 증권사들이 리테일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의 수혜를 누렸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이익 격차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호조를 바탕으로 기업금융(IB) 등 부진한 사업부문의 실적을 상쇄하며 잇달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반면, 중소형 증권사 16곳의 영업이익은 모두 합쳐서 1조원을 간신히 웃도는 데 그쳤다.
대형사 순익 10조 vs 중소형 1.6조…호황 속 벌어진 체급차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평가하는 증권사 30곳 가운데 올해 반기보고서가 나온 26개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3조1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0조2680억원으로 128.9% 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10개사는 모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춘 대형 증권사다.
특히 대형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호조와 함께 WM, 글로벌 등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이익을 확보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3조8649억원)과 한국투자증권(2조1701억원), 키움증권(1조4102억원), NH투자증권(1조3179억원), 삼성증권(1조2853억원), KB증권(1조537억원) 등 6개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진입했다.
반면 이들 대형 종투사 10곳을 제외한 16개 증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1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지만, 순이익은 65% 늘어난 9678억원으로 1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소형사 역시 증시 호황에서 소외된 것은 아니다. 거래대금이 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등 브로커리지 수익은 대체로 증가했다. 다만 대형사와 비교해 리테일 부문의 이익 증가 규모가 제한적인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에 따른 채권 운용 부진, 기업공개(IPO)·회사채 등 IB 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다른 사업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WM과 홀세일 부문이 성장했지만 트레이딩과 IB 부진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및 일회성 비용 등이 일부 반영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 폭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iM증권도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늘었지만 시장금리 변동으로 채권운용 부문의 수익 규모가 줄면서 순이익이 426억원으로 21% 감소했다.
iM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실적 자체는 좋았지만 상반기 시장금리 영향으로 채권운용 부문의 수익 변동성이 확대됐고 결과적으로 수익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PF·IB 부진에 자본력 차이까지…같은 리테일 호황, 다른 성적표
업계에서는 과거 증시 호황기와 비교해 중소형사의 주요 수익원이 약화된 점도 대형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2020~2021년에는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중소형사의 주요 사업도 호조를 보이면서 상당수 중소형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는 리테일 호황에도 PF와 IB 등이 과거만큼 실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에도 브로커리지 호황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동산 PF도 괜찮아 중소형사들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지금은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였던 PF가 예전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같은 리테일 호황이라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이익을 늘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자본력 차이는 호황의 수혜를 흡수하는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대형사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중소형사가 취급하기 어려운 상품을 통해 고객과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고,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한 신용공여 한도가 큰 만큼 증시 호황기에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 규모에서도 차이가 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제공할 수 있는 상품 자체가 다르고 대형사는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서도 자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신용공여 역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한도가 달라 같은 리테일 호황에서도 발생하는 이자수익 규모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