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KDB생명 인수로 금융영토 확장...최대 1.5조 자본부담 변수

한투,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17조원대 보험자산 기반 장기 운용자금 확보 기대 증권·운용과 연계해 부동산·인프라 투자 시너지...그룹 ‘보험 퍼즐’ 인수·증자 전액 부담 시 이중레버리지 136~138% 전망...130% 수준 웃돌 가능성

2026-08-18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보험 인수를 통해 숙원이던 보험업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KDB생명이 보유한 17조원대 보험자산을 기반으로 장기 운용자금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인수 이후 KDB생명의 자본 정상화까지 감안하면 최대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소요될 수 있어,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앞서 상당한 자본 부담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3일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인수가격과 자본확충 규모 등 세부 조건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거래 구조가 결정될 예정이다.

KDB생명 인수의 전략적 의미는 보험사가 보유한 장기 운용자산에 있다. KDB생명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17조2045억원에 달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국금융지주는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사모펀드(PE), 부동산신탁에 이어 생명보험까지 갖추게 된다. 증권업 비중이 높은 그룹의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보험계약을 기반으로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의 연계 가능성이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 등이 부동산·인프라 투자자산을 발굴하고 구조화한 뒤 KDB생명이 장기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셀다운 과정에서 내부 앵커 투자자를 확보해 자금 회수 기간을 줄이고 새로운 딜에 투입할 여력을 높일 수 있다. 연금·변액보험, 상속·증여 등 자산관리(WM) 영역에서도 보험상품 제조 역량을 활용한 계열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문제는 인수 자체보다 이후 들어갈 ‘정상화 비용’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순자산 4840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5~1배를 적용해 인수가격을 2410억~4830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인수 후 1조원 규모의 추가 자본투입을 가정하면 총 소요자금은 1조2410억~1조4830억원에 달한다.

인수가격보다 인수 후 투입해야 할 자금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산업은행이 거래 전에 추가 증자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따른 시나리오다.

대규모 출자가 현실화하면 지주사의 자본 관리에도 부담이 생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0%다. 같은 기간 자회사 출자총액은 11조346억원까지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61.9%에서 78.1%로 상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회사 지원 확대와 이에 따른 외부조달 증가를 재무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DB생명 인수와 추가 자본투입을 별도 자본조달 없이 전액 출자로 부담할 경우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6~13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130%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시나리오에 따라 3950억~5810억원의 자본성 조달과 6170억~6730억원의 추가 차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조달비용도 451억~561억원으로 예상했다.

임 연구원은 "KDB생명 기본자본 K-ICS 비율 -25%, 2027년 기본자본 규제(50%) 도입 감안 시 시너지는 자본 정상화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상반기 말 그룹 자기자본 13.7조원, 연환산 ROE 29.7% 고려 시 인수대금 및 추가 증자(언론 보도 약 1조원)가 묶일 경우 당분간 ROE 희석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KDB생명의 자본구조 역시 인수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1분기 KDB생명의 전체 K-ICS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186.1%였지만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74.5%로 떨어진다.

자본의 질을 보여주는 기본자본 K-ICS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에도 41.9%에 그쳤으며,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는 -25.2%였다. 기본자본 역시 -3567억원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유상증자했지만 전체 지급여력 개선과 달리 기본자본 회복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국금융지주의 높은 수익성이 이 같은 부담을 일부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상반기 말 그룹 자기자본은 13조7000억원,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7%에 달한다.

반면 KDB생명의 단기 이익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인 만큼 대규모 자금이 인수와 증자에 묶일 경우 당분간 그룹 자본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실질적인 시너지는 KDB생명의 자본 정상화 이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향후 협상의 초점은 단순한 인수가격보다 KDB생명 정상화 비용을 산업은행과 한국금융지주가 어떻게 분담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최대 1조5000억원의 자금부담과 이중레버리지 136~138% 역시 산업은행의 사전 증자를 제외한 가정치"라며 "산업은행이 매각 전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거나 다른 지원 구조를 마련할 경우 한투의 실제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지원 규모가 제한될 경우 보험사를 확보해 얻는 장기 성장동력보다 지주사의 자본확충과 조달비용 관리가 먼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