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자보호 KPI’ 들여다보니…일부는 올해 신설 예정
금소법 체계 속 소비자보호 KPI 관리 강화…일부는 별도 지표 없이 운영
[녹색경제신문 = 강신후 기자]
투자자보호를 임직원 성과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별도의 투자자보호 지표를 마련하는 곳이 있는 반면, 기존 내부통제나 민원 관련 항목을 활용하거나 별도 KPI 도입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특히 비대면 거래와 온라인 투자상품이 확대되면서 회사의 판매채널과 취급상품, 고객 특성에 맞춰 투자자보호 KPI를 세분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현재 투자자보호 관련 KPI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한 증권사는 올해 4분기 도입을 목표로 금융소비자보호활동 평가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사 대상 평가그룹을 분류한 뒤 세부 실행사항을 포함한 4개 평가항목을 대상으로 기존 배점에서 감점하는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가점 항목도 도입해 인센티브나 우수팀 선정 등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보호를 기존 성과평가와 별개로 관리하기보다 임직원의 성과와 보상체계에 연결하려는 시도다.
또 다른 증권사는 투자자보호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업무의 실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통해 투자자보호 관련 지표와 절차를 점검하고, 관련 내용은 이사회에도 보고한다”고 전했다.
지표 특성에 따라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병행하며, 정성평가 역시 단순한 통과와 실패(P/F)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임원이 연초에 설정한 경영과제의 이행 결과를 업적기술서에 작성해 평가권자에게 보고하면 해당 내용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보호 KPI를 단순히 하나의 항목으로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KPI를 ‘만들었느냐’보다 ‘각 회사의 실제 위험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보호 지표는 판매채널과 상품, 고객 구성 등 회사별 특성을 반영해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서별 업무 특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월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고객 이익과 투자자보호 노력이 KPI에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온라인 주식거래 확대에 대응해 KPI에 IT서비스 관련 대내외 장애 여부를 반영하는 등 현안에 따른 투자자보호 필요사항을 반영한 증권사를 우수 사례로 뽑고 있다. 또 AI 관련 부서는 채팅상담 고도화, 플랫폼 부서는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등 부서 업무에 맞춰 투자자보호 과제를 별도로 설정한 사례도 소개했다.
반면 KPI에 투자자보호 관련 지표를 아예 설정하지 않거나 내부통제·민원 등 여러 항목을 넣었지만 판매채널과 고객, 상품 등의 회사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증권사들을 미흡사례로 분류했다.
금융투자회사의 금융소비자보호 표준 내부통제기준은 지난해 말 개정됐다.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을 합리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규정 개정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의 금융소비자보호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근거로 CCO가 회사의 KPI와 보상체계 등을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영업성과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투자자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보호 책임자의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한 취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