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빌 게이츠 SMR 동맹 깊어진다… AI 전력 확보 전략 파트너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이 최근 1년 사이 두 차례 회동하면서, 양사 관계가 단순 투자 협력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게이츠 의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만찬을 갖고 차세대 원전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글로벌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제프 밀러 테라파워 사업개발 수석부사장도 함께했다. 두 수장은 지난해 8월 게이츠 의장이 방한했을 때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바 있어, 이번이 1년 새 두 번째 만남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테라파워는 상용 소형모듈원전(SMR)을 선보이기 전이었지만, 최 회장은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와 SK이노베이션의 전기화 전략을 고려해 차세대 원전 기술에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로 시작된 관계는 이후 미국 와이오밍주 프로젝트와 글로벌 SMR 사업,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 솔루션의 사업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되고 있다.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비경수형 SMR '나트륨(Natriu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인 나트륨 SMR은 저장된 열을 활용해 전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상업용 첨단원자로로는 처음 건설 허가를 받으면서,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의 협력은 투자 중심에서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실행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테라파워의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넘어 SMR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실행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NG 직도입과 LNG 발전, 전력 사업,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인프라 전반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여기에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 기술을 더해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통합 에너지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초기에는 LNG 발전과 ESS로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MR을 통해 무탄소 기저 전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LNG·ESS·SMR 세 가지 에너지원을 연결, 기존 발전사업자를 넘어 고객의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원과 저장장치를 조합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자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