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코빗 ‘품고’, 한투는 코인원 ‘동맹’...가상자산 확장전략 본격화
미래에셋컨설팅, 코빗 지분 97.15% 확보 이어 500억원 유상증자 한국투자증권, 코인원 지분 약 20% 확보·이사회 진입...OKX와 공동 투자로 전략적 협업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교두보로 디지털자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의 접근법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미래에셋은 코빗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추가 자본까지 투입하며 그룹 내 디지털자산 인프라로 직접 편입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경영권을 기존 최대주주에게 남겨둔 채 글로벌 거래소 OKX 등과 주주 연합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약 1414억원에 확보한 데 이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에 약 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20%를 확보하고 이사회에 진입하는 등 전략적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약 1414억원에 확보했다. 이후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까지 마치며 국내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례가 됐다.
인수 이후 추가 자본 투입에도 나섰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디지털엑스가 결정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인수대금과 증자액을 합친 총 투입 규모는 약 1900억원으로, 경영권 확보에 이어 거래소의 사업 기반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조직 재편에도 속도가 붙었다. 코빗 운영법인인 주식회사 코빗은 지난 11일 법인명을 ‘디지털엑스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거래소 서비스명 ‘코빗’은 당분간 유지하지만 향후 변경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지분과 자본, 조직을 차례로 손보며 미래에셋 중심의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을 증권·자산운용 등 기존 금융 인프라와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선보인 글로벌 투자 플랫폼 ‘MAPS(Mirae Asset Portfolio Service)’와 연계해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투자 생태계에서 제공하고, 제도 정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과 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디지털 결제·보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코빗 인수는 박현주 미래에셋 글로벌전략가(GSO)가 제시한 ‘미래에셋 3.0’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기존 증권·운용사의 투자상품 경쟁을 넘어 자산의 토큰화와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코빗에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리스크관리·보안 체계도 접목해 기관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와 투자정보, 자산보관, 운용지원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지배’보다 ‘전략적 동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코인원에 약 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 컴투스홀딩스가 보유한 구주 6만8894주와 코인원이 새로 발행한 9만716주 등 총 15만9610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자 OKX의 벤처캐피털인 OKX벤처스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해 각각 코인원의 공동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투자 이후 코인원의 지분 구조는 차명훈 대표 30.36%, 컴투스홀딩스 24.54%,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약 20%를 보유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미래에셋이 코빗 지분 97% 이상을 확보한 것과 달리 코인원은 차 대표의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주요 전략적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주주 체제를 택했다.
최근에는 이사회까지 직접 참여하며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OKX 측 인사 등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해 기존 3명에서 6명 체제로 이사회를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윤희도 IB전략본부장이 이사회에 합류했고, OKX에서는 이진혁 동북아시아 총괄이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에 자사의 전통 금융 서비스와 내부통제·리스크관리 역량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대응한 신규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OKX의 글로벌 거래소 운영 경험과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역시 투자 당시 코인원·OKX·컴투스와 서비스와 기술을 융합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양사의 움직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심사 과정에 대주주의 재무건전성과 사회적 신용, 내부통제체계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주주 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래소에 대한 규율도 강화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승부처는 지분 확보 자체보다 실제 사업화 속도"라며 "구체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RWA 등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본격화될수록 ‘직접 지배’와 ‘전략적 연합’이라는 두 모델의 성과도 보다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