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 미리 받은 '장기 선수금' 반년새 711% 급증…성장 동력 증명

선수금 성격의 '계약부채' 68억→548억…반년 새 8배 회사도 '수요 증가' 공시…반도체 기판 수요 확대 신호

2026-08-14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대덕전자가 고객에게서 미리 받아둔 장기 선수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700% 넘게 급증했다. 앞으로 납품할 물량을 고객이 대금까지 미리 치르며 예약해 둔 것으로,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수요가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대덕전자가 공시한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비유동 계약부채'는 지난해 말 67억615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548억2831만원으로 약 711% 늘었다. 액수로는 48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반년 만에 약 8.1배 증가했다.

계약부채는 회사가 제품을 납품하기로 하고 고객에게서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뜻한다. 아직 물건을 넘기지 않았으니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잡아두었다가, 실제 납품이 이뤄지면 그만큼 매출로 바꿔 인식한다. 계약부채가 늘었다는 것은 앞으로 매출로 잡힐 물량을 고객이 미리 예약해 뒀다는 의미로, 미래 수요를 앞서 보여주는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특히 이번에 급증한 몫은 1년 안에 납품이 끝나는 단기(유동) 선수금이 아니라, 이행 기간이 1년을 넘는 장기(비유동) 선수금이다. 같은 기간 단기 선수금은 283억원에서 17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선수금의 무게중심이 단기에서 장기로 옮겨간 것으로, 대덕전자가 상당 기간에 걸쳐 납품할 물량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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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판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회사 스스로도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대덕전자는 지난달 20일 이사회에서 "반도체 시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및 부대시설 투자 목적으로 2027년 말까지 497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늘어난 주문에 대응해 생산능력 자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덕전자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7472억원으로 전년 동기(4612억원)보다 6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1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3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용 인쇄회로기판의 평균 판매단가도 오르며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됐다.

수요 확대는 담보 제공이라는 이례적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대덕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장부가액 197억9809만원의 토지·건물을 담보로 새로 내놨는데, 담보를 제공한 이유는 '차입금 보증'이 아닌 '계약부채 보증'으로 공시했다. 근저당 설정액은 1122억3745만원이다.

회사가 그동안 제공해 온 담보(토지·특정예금)가 모두 빌린 돈에 대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토지·건물 담보는 '고객에게 받은 선수금'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다. 대출이 아닌 선수금 거래에 회사가 부동산까지 담보로 거는 경우는 흔치 않아, 거래 규모가 크거나 상대방이 강한 이행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리 받아둔 선수금은 이미 일부 매출로 바뀌고 있다. 반기보고서상 올 상반기 중 '기초 계약부채에서 실제로 인식한 수익'은 142억8681만원으로, 예약된 물량이 순차적으로 납품·매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반기보고서에는 이 선수금이 어느 고객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는지, 계약 규모·기간·대상 품목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최근 기판 수요 증가로 인해 업계 전반에서 고객들과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캐파와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