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부터 우주부품까지...산은,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 참여 '최다'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지원 165건...전년 동월보다 17% 늘며 올해 월간 최다 산은 7개 라운드 참여해 211개 기관 중 1위...프리시리즈A부터 시리즈C까지 '골고루' 산은 참여 라운드 전체 조달 규모 1346억원...국내 공개 투자액의 19.6% 피지컬 AI 등 기술집약 4개사 라운드 1032억원·76.7%...사업화 자금 공백 보완 직접 투자로 민간과 위험 분담..."산은 투자 유치 시 후속 투자자·사업 파트너 설득에도 도움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지난달 공개된 국내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 7건에 참여해 기관별 참여 횟수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대상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소재, 우주부품 등 장기간 기술개발과 사업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산은이 벤처펀드 출자와 기업설명회(IR) 지원을 넘어 직접 투자에서도 민간과 함께 혁신기업의 성장자금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녹색경제신문>이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 서비스 스타트업레시피의 '2026년 7월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전체 투자·지원 건수는 16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보다 17% 늘어난 수치로, 올해 월별 집계 가운데 가장 많았다.
투자 참여기관은 총 211곳으로, 라운드 한 건당 평균 1.9곳이 이름을 올렸다. 산은은 7건에 참여해 가장 많았고, 앤틀러코리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6건씩으로 뒤를 이었다. 본엔젤스·IBK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카카오벤처스·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나란히 5건을 기록했다.
산은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는 프리시리즈A 1건, 시리즈A 2건, 시리즈B 2건, 시리즈C 1건, 단계 비공개 1건 등으로 분산됐다. 공개된 투자사 명단을 기준으로 최소 5곳에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최소 6건에서는 민간 투자사와 공동으로 자금을 댔다. 초기 기술개발부터 상용화와 생산설비 확충, 해외 진출까지 기업의 성장단계 전반에서 민간과 함께 위험을 부담한 셈이다.
산은이 참여한 7개 라운드의 전체 조달 규모는 1346억원으로,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전체 공개 투자액의 19.6%에 해당했다. 기업별로는 카본식스 623억원, 에이비일팔공 214억원, 이포트 212억원, 엠아이디 157억원, 글로랑·이노디테크 각 50억원, 삼일화학 4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피지컬 AI·반도체 소재·우주부품·첨단 고분자 분야 4개사의 라운드 규모가 1032억원으로 76.7%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산은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라운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제조업 특화 피지컬 AI 기업 카본식스의 시리즈A였다. 전체 조달액은 623억원으로, 산은은 국내외 벤처캐피털과 함께 성장자금을 공급했다. 카본식스는 제조 현장용 로봇 AI와 자동화 기술을 고객 계약과 매출로 연결하고 있다.
반도체·첨단소재 분야에서도 사업화와 생산설비 확충을 뒷받침했다. 산은은 반도체 소재기업 이포트의 212억원 규모 시리즈B에 신규로 합류했으며, 첨단 고분자 소재기업 삼일화학의 40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에는 10억원을 투입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우주부품 전문기업 엠아이디의 157억원 규모 시리즈A에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1년 약 19억원에서 지난해 약 124억원으로 552.6% 증가했으며, 오는 11월까지 대전에 2000평 규모의 우주항공 패키지 제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은의 자금 공급은 스케일업과 후속 투자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384억원을 기록한 AI 마케팅 기업 에이비일팔공의 214억원 규모 시리즈C에 신규로 참여했다. 교육 인공지능 전환(AX) 기업 글로랑에는 2024년에 이어 50억원을 후속 투자했고, AI 디지털 덴탈 기업 이노디테크의 50억원 라운드에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관련 업계는 산은의 직접 투자가 기술개발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백을 메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펀드 출자나 IR 지원과 달리 개별 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심사해 민간과 위험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술기업은 연구개발을 마친 뒤에도 고객사 검증과 양산설비 구축까지 적지 않은 자금이 계속 필요하지만, 매출이 본격화하기 전이라 민간자금만으로 투자 라운드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며 "산은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후속 투자자와 사업 파트너를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