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사기 '도미노'…KB·신한·우리·기업 490억원 금융사고

국민은행 신규 공시, 신한·우리·기업은 기존 사고액 대폭 상향 정정 "조사 과정서 추가 피해 확인"…수사 진행 중이라 규모 더 커질 수도

2026-08-13     박금재 기자
시중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12일 대출사기에 따른 대규모 금융사고를 잇따라 공시했다.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 4곳이 이날 밝힌 사고 금액을 모두 합치면 약 49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이날 새로운 금융사고를 처음 공시했고, 신한·우리·기업은행은 이미 알려졌던 사고의 피해 규모가 조사 과정에서 잇따라 불어나면서 정정 공시를 냈다.

KB국민은행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35억779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3년 9월 26일부터 2024년 12월 11일까지로, 영업점으로부터 주요 정보사항 보고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손실예상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공모해 금융기관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인 건으로, 현재 수사기관에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날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173억4355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처음 이 사고를 공시할 당시 금액을 29억6440만원으로 밝혔다가,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한 차례 상향했고, 이번에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려 잡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사고 금액을 추가로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98억7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지난 6월 공시 당시 사고 금액을 약 40억800만원으로 파악했으나 이번에 두 배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수법의 추가 사기 사건이 확인돼 사고 금액과 발생 기간 등을 정정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6월 47억8500만원 규모로 공시했던 금융사고 금액을 이날 182억2100만원으로 큰 폭으로 높여 다시 공시했다. 4개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상향 폭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형사 고소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된 4개 은행의 사고 금액을 모두 더하면 약 490억원 규모다. 특히 신한·우리·기업은행 세 곳 모두 기존에 공시했던 사고 금액이 조사가 진행될수록 계속 불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최초 공시(29억6440만원) 대비 약 5.8배, 기업은행은 최초 공시(47억8500만원) 대비 약 3.8배, 우리은행은 최초 공시(40억800만원) 대비 약 2.5배로 사고 금액이 불어났다.

이런 흐름을 두고 은행권 안팎에서는 조사 초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유사 수법의 추가 사기 건이나, 동일 인물·조직이 연루된 다른 대출 건들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함께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4개 은행이 밝힌 사고는 공통적으로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분류돼 있는데,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가 공모해 대출을 받아낸 국민은행 사례처럼, 은행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사기 범행에 노출된 정황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은행 역시 정교한 사기 범행의 피해자라는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 대부분이라,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우리·기업은행 세 곳 모두 이미 두 차례 이상 사고 금액을 상향 정정한 이력이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에 공시된 490억원 규모가 최종치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