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거래소 연내 문 여는데…‘뮤직카우식 자산’ 누가 걸러내나

KDX·NXT컨소 10일 본인가 신청…이르면 연내 거래 개시 음원자산 75% 담보·동일 녹음물 ‘투자·담보’ 논란까지 뮤직카우 지난해 영업손실 359억…저작권 평가충당금 194억으로 급증 금융위 “기초자산 가치평가·발행-유통 분리”…본인가서 실효성 입증해야

2026-08-13     한순구 기자
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가 이르면 연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 ‘거래소를 얼마나 빨리 여느냐’보다 ‘어떤 자산을 거래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조각투자 사업자인 뮤직카우에서 최근 음원자산 가치평가와 담보 설정, 동일 녹음물을 둘러싼 권리 중복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기 때문이다.

KDX와 NXT컨소시엄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사업자는 지난 2월 예비인가를 받은 곳으로, 본인가를 통과하면 조각투자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다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사실상의 조각투자 전용 장외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장외거래소를 단순한 매매 플랫폼이 아닌 ‘자본시장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는 조각투자 증권을 거래지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해제하는 역할뿐 아니라 공시, 불공정거래 예방, 결제 등 시장 운영 업무도 담당한다. 금융당국 역시 거래지원 지정을 사실상 ‘상장’에 준하는 절차로 설명해 왔다.

그만큼 본인가의 핵심은 전산 시스템이나 인력 확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유통될 기초자산을 실제로 걸러낼 수 있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문 여는 시계는 돈다…정작 ‘상품 검증’은

금융위는 조각투자 제도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의 핵심으로 기초자산 가치평가와 정보공시를 꼽았다.

조각투자는 일반 기업의 주식과 다르다. 투자자가 기업 전체의 미래 현금흐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음원·항공기엔진 등 특정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잘게 쪼갠 증권을 산다.

기업의 재무정보 못지않게 ‘무엇을 쪼개 팔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금융위 역시 조각투자에 대해 신탁재산 현황과 운용경과, 손익, 수수료 등을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기초자산 가치평가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문제는 이 원칙이 실전에서도 작동하느냐다.

최근 뮤직카우에서 나온 사례들은 단순한 가격 등락 문제가 아니라 조각투자 기초자산의 가치와 담보, 권리의 동일성 자체를 누가 확인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부가 1193억 음원자산 중 900억 담보…평가가격 믿을 수 있나

우선 자산가치 문제다.

뮤직카우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가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저작권 취득원가는 지난해 말 1387억9000만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194억5000만원을 저작권평가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재무제표에 잡힌 순장부가는 1193억4000만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저작권평가충당금은 2024년 74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194억5000만원으로 1년 새 약 12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손익계산에도 재고자산평가손실 120억1000만원이 반영됐다.

취득 당시 예상했던 가치와 현재 회수 가능한 가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음원자산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보유자산 상당 부분은 이미 자금 조달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뮤직카우가 보유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 순장부가 1193억4000만원 가운데 약 900억4000만원, 75.5%가 담보로 제공됐다.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자산은 약 293억원이었다.

일부 차입에서는 장부가 195억5000만원 상당의 저작인접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실제 조달한 금액은 25억원에 그쳤다. 다른 거래에서도 95억4000만원과 108억1000만원어치 자산을 담보로 각각 16억5000만원과 30억원을 빌렸다. 장부가 대비 차입 규모는 각각 12.8%, 17.3%, 27.8% 수준이다.

담보가와 투자상품의 적정가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뮤직카우 측도 “담보 자산은 시장가치보다 할인돼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음악 저작인접권은 이 같은 경향이 더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외거래소가 출범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회사가 산정한 음원 가치와 금융회사가 실제 담보로 인정하는 가치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자산을 일반투자자에게 얼마에 거래시킬 것인지, 그 가격의 적정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가 거래소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녹음물이 한쪽선 투자상품, 다른 쪽선 담보

더 직접적인 투자자 보호 문제도 불거졌다.

최근 가수 윤종신의 ‘내일 할 일’을 두고 사실상 동일한 녹음물이 한쪽에서는 투자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다른 쪽에서는 회사 자금조달을 위한 담보로 사용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2월호’와 ‘행보 2013 윤종신’에 각각 수록된 음원이 서로 다른 저작인접권으로 등록돼 있었는데, 하나는 지난해 6월 음악수익증권으로 발행됐고 다른 하나는 같은 해 8월 질권 설정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해당 음원을 확보해 분석한 바이라인네트워크는 두 음원의 파형과 PCM 해시값이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구조는 10CM의 ‘안아줘요’에서도 확인됐다.

저작인접권은 단순히 곡 제목이나 앨범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라 실제 녹음된 음원, 즉 음이 최초로 고정된 녹음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등록번호가 존재한다고 해도 실체가 동일한 녹음물이라면 투자자에게 해당 권리관계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뮤직카우 측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저작물코드와 공표일, 앨범 등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시장에 동일 곡의 다른 저작인접권이 존재하거나 향후 새로운 권리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모두 투자자에게 안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외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순간 이는 발행 플랫폼과 투자자 사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는 사실 자체를 일정 수준의 검증을 거친 상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변호사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동일한 녹음물이 여러 권리로 유통되는지를 일반투자자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동일 녹음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동일하다면 이를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매출 늘었는데 영업손실 359억…본업 수익성도 여전히 숙제

기초자산 관리 문제와 별개로 뮤직카우 자체의 수익성도 아직 안정권과 거리가 있다.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뮤직카우의 지난해 매출은 267억2000만원으로 2024년 149억6000만원보다 78.6% 증가했다.

하지만 세부내역을 보면 125억3000만원이 저작권 판매수익이었다.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옥션수익은 22억1500만원으로 전년 22억1300만원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저작권료수익도 90억1900만원으로 전년 90억3500만원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은 악화됐다.

영업손실은 2024년 238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359억3000만원으로 121억원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270억9000만원에서 371억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누적 결손금도 1010억원에서 1355억원으로 불었다.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1427억원에서 1130억원으로 약 21% 감소했다.

다만 감사인은 뮤직카우의 2025년 연결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돼 있다는 의미로, 적자가 지속된다는 사실과 회계상 감사의견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본업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 보유 음원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하고 자회사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음원자산의 매입·관리와 투자상품 발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뮤직카우는 자회사가 보유한 음원자산은 투자자 자산이 아니라 회사 고유자산이고, 100% 자회사 간 자금거래 역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자금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민감한 문제…뮤직카우는 NXT컨소 ‘5% 이상 주주’

거래소와 발행 사업자 간 이해상충 문제도 본인가 심사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예비인가 신청 자료에 따르면 NXT컨소시엄의 최대주주는 넥스트레이드이며, 뮤직카우는 신한투자증권·아이앤에프컨설팅 등과 함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주주로 참여했다.

뮤직카우가 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자사 발행 상품이 NXT에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는 이 같은 이해상충 가능성을 고려해 발행과 유통을 원칙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중개업자 또는 특수관계인이 해당 수익증권의 발행·인수·주선인이거나 신탁 위탁자인 경우 거래 중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금융위 역시 조각투자 발행 플랫폼은 실질적으로 발행인과 유사하고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해 왔다.

금융위는 지난 2월 NXT컨소시엄과 KDX에 예비인가를 내주면서 본인가에 앞서 예비인가 조건과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추도록 했다. NXT컨소시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조사가 개시될 경우 본인가 심사를 중단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법에 ‘발행·유통 분리’라는 문구가 있느냐가 아니다.

발행사와 거래소가 자본관계로 얽힌 상황에서도 거래지원 종목 선정과 가치평가, 상장폐지 판단을 실질적으로 독립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거래소 생기면 안전하다”는 착시 막아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출범 자체는 시장에 필요한 변화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개별 플랫폼에 흩어진 조각투자 상품을 하나의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되면 투자자의 환금성이 높아지고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발견 기능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유동성이 여러 시장으로 지나치게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생긴다고 기초자산의 질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음원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다른 금융거래의 담보로 제공돼 있는지, 동일한 기초자산에 중복된 권리가 존재하는지, 투자자가 실제 어떤 권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는지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조각투자는 삼성전자 주식처럼 동일한 정보가 널리 공개돼 있는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니라 자산마다 특성이 전부 다른 비정형 증권을 유통하는 시장”이라며 “초기에는 거래량을 늘리는 것보다 기초자산과 권리관계를 얼마나 엄격하게 심사하느냐가 거래소 신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의 수익성과 안전성까지 검증됐다고 오인하는 상황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부터 강조해 온 조각투자 제도화의 원칙 역시 투자자 보호와 발행·시장운영의 이해상충 차단이다. 금융위는 거래지원 종목의 진입·퇴출과 투자자 정보 제공, 이상거래 적출 등에 관한 업무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제 그 원칙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보여줄 차례다.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과 거래해도 되는 자산을 골라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뮤직카우에서 이미 자산가치와 담보, 권리 동일성 논란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거래소의 거래지원 심사가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다면,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이 투자자 보호 강화가 아니라 위험의 유통 범위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내 개장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소 문을 열기 전에 ‘뮤직카우에서 드러난 문제를 새 거래소라면 걸러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금융당국이 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