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변동성 잡는데 엔비디아·테슬라는 왜"…서학개미 뿔난 '3000만원 규제'
현금 3000만원 없으면 추가매수 제한…대용증권도 인정 안 돼 해외 레버리지 규제 철회 청원까지…서학개미 반발 확산 1~7월 美 순매수 상위권 단일종목 레버리지, 8월 들어 '0개' 업계도 "국내 변동성 규제 이해하지만 해외까지 적용은 의문"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과열을 잡기 위해 강화된 투자 규제가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까지 적용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규제인데,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까지 현금 3000만원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현금 3000만원 없으면 추가매수 막혀…철회 청원까지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인정하지 않고 현금만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한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문턱은 크게 높아졌다. 기존에는 보유 주식 등의 일정 비율을 예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계좌에 현금 3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추가 매수가 불가능하다. 매도에는 제한이 없다.
특히 가격이 하락했을 때 분할매수하거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투자해온 개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반발은 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0일에는 '해외 증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 규제 철회 및 국민 재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이 등록돼 동의를 받고 있다.
실제 규제 시행 이후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매수세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에는 TRADR 2X LONG SNDK DAILY ETF,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DXN MU BUL2X ETF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는 단 한 종목도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국내는 이해되는데 해외까지?"…업계도 규제 범위 의문
투자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규제의 목적과 적용 범위다. 이번 규제 강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급증하면서 현물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업계에서도 국내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성과 해외 상품 규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대한 쏠림이 큰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급증할 경우 해당 종목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규제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개인투자자의 엔비디아·테슬라 레버리지 거래까지 같은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특정 대형주에 거래가 집중되면서 해당 종목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규제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해외 증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크지도 않은데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까지 현금 3000만원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과한 규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규제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 관리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기본예탁금 규제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를 1주에서 20주로 높이는 조치는 해외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의 매매수량 단위를 20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1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 이르면 9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매 단위는 투자자 보호보다는 국내 시장의 거래 인프라 등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해외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