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28% 뛴 5대 은행 무수익여신...6조원 넘어 '역대 최대'

2분기 말 6조4108억원...지난해 말보다 1조4043억원 증가 전체 여신의 0.34%...2020년 2월 이후 최고 기업 무수익여신 36.4% 급증...전체 증가액의 88.4% 차지 은행권, 채무조정·상각·매각 등 건전성 관리 강화

2026-08-12     이준성 기자
서울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올 들어 전년 말보다 30% 가까이 불어나며 사상 처음 6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이자를 받기 어려운 여신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5대 은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6조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5조65억원)보다 28%(1조4043억원)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이 6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여신 대비 무수익여신 비율도 지난해 말 0.27%에서 올해 2분기 말 0.34%로 0.07%포인트(p) 상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0.3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이자를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거나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뜻한다. 차주의 부도나 상환 능력 악화 등으로 정상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이른바 '깡통 대출'로도 불린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22년 말 2조7902억원에서 2023년 말 3조5090억원, 2024년 말 4조3736억원, 지난해 말 5조65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0.18%에서 0.21%, 0.25%, 0.27%로 높아졌다.

증가세는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기업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3조408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6498억원으로 36.4%(1조2411억원) 급증했다. 기업대출 가운데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32%에서 0.42%로 0.10%p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 무수익여신은 1조5978억원에서 1조7610억원으로 10.2%(1632억원) 늘어 기업보다 증가폭과 증가율이 모두 낮았다. 증가액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무수익여신 증가분의 88.4%가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더딘 경기 회복,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 등이 차주의 상환 여력을 약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기업과 개인 차주의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일부 취약 업종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상승과 경매 낙찰률 하락도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무수익여신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회생절차가 끝날 때까지 거액의 고정이하여신(NPL·부실채권)과 무수익여신이 남아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은행들은 부실 징후가 나타난 여신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 채무조정과 만기 연장, 신규 운전자금 공급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회수가 어려운 채권은 전략적으로 상각·매각하고 선제적인 채권 정리와 충당금 적립도 병행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