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용성장스코어' 내년 도입...카뱅은 4년 전에 이미 시작 '눈길'

금융위 '신용성장스코어' 하반기 구체화… 세금·연금·쇼핑 이력 결합 카카오뱅크는 이미 2022년부터 유사 방식 운영, 외부 금융사에도 개방 중

2026-08-11     박금재 기자
[사진=카카오뱅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중 새로운 신용평가 지표 '신용성장스코어'를 구체화하고 내년 초 시범 도입할 계획인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이미 4년 전부터 비슷한 방향의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운영해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모형이 세금·통신비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한다는 방법론적 결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준비 중인 신용성장스코어는 세금·국민연금·통신비 납부 기록에 온라인 쇼핑 이력까지 결합한 지표다. 겨냥한 대상은 금융거래 이력이 얇은 '신파일러'로, 산출된 점수는 은행·저축은행이 실제 대출심사에 반영하도록 연결되는 구조다. 신파일러는 사회초년생이나 프리랜서, 주부처럼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에서는 '평가불가' 판정을 받기 쉬운 계층을 뜻한다. 금융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문턱 자체를 넘지 못했던 이들에게, 비금융 데이터를 보조 지표로 활용해 상환 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2022년 하반기, 업계 최초로 이와 유사한 방향의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카카오 공동체와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금융결제원 등 8개 기관의 소비·이동·납부 데이터를 가명결합해 설계한 모델이다.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변별력이 떨어졌던 씬파일러와 중·저신용자에 대한 평가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돼왔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음식점업·서비스업·온라인셀러 등 업종 특화 모델까지 추가해, 현재는 총 5개의 대안신용평가 모델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도 뚜렷하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2023년 도입 이후 이 모형을 통해 기존 신용평가로는 대출이 거절됐던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를 추가로 선별해, 누적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했다. 대안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 카카오뱅크가 취급한 중·저신용대출 가운데 약 12%(건수 기준)는 유통·이체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 평가를 통해 추가 승인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의 신규취급액 대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45.6%로, 토스뱅크(34.5%)·케이뱅크(33.6%)를 제치고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높다.

카카오뱅크가 눈에 띄는 또 다른 지점은 '개방성'이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외부 금융회사에도 개방해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노하우를 다른 금융사에 제공한다는 건, 단순히 자사 대출 심사에만 쓰는 수준을 넘어 업계 전반의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개방 전략 덕분에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과 데이터 축적을 이뤄온 사업자로 꼽힌다.

다만 금융위의 신용성장스코어가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그대로 채택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설계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금·연금 등 공공 데이터를 중심으로 별도의 지표를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방향성 자체가 카카오뱅크가 먼저 실증해온 방식과 겹치는 지점이 많은 만큼, 관련 경험과 데이터 인프라를 먼저 갖춘 카카오뱅크가 이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타 기관과의 가명결합데이터 활용 시 개인정보보호 책임 등의 리스크로 개별사 협조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면 여신 안정성과 포용금융 영역을 동시에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정부 주도 지표가 자리 잡으면, 그동안 카카오뱅크가 독자적으로 쌓아온 데이터 우위가 상대적으로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용성장스코어가 실제로 어떤 데이터 조합과 산출 방식으로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선점 효과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업계 전체가 비슷한 출발선에 서게 될지가 갈릴 전망이다.